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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일의 끝은.....나의 글 2014. 6. 24. 18:03
온통 싸워서 이겨내야 할 것 투성이인 세상에.....
되도록 빨리 겪고, 빨리 잊어 버리기를 잘 해야 어두운 터널에서 길게 머물지 않을 것인데,
생각보다 쿨한 적응으로 이런 무대포 행동을 하는 내게
어떤 이들은 어찌 그리 의연할 수 있느냐고 칭찬을 한다.
사실 말 못하는 속은 밖으로 드러낼 겁 조차 얼어붙어
잠시 될대로 되라로 자포자기 심정인 것을, 사람들은 알 수 없다.
내가 있는 사무실의 청소 아주머니가 10년동안이나 하던 일을 곧 그만두어야 한다고 했다.
몸의 근육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나?
얼굴도 온 종일 화끈거리기를 반복하고....
"그럼 어떻게 먹고 살아요?"
- 다 살 수 있는 방법은 생기겠지. 몸 아프면 다 무슨 소용이야. 남편도 있고, 자식도 있고.
그 이야기를 받은 야쿠르트 아주머니는
아픈 무릎을 끌고도 여전히 건재한 자신이 대견한지 유난히 많은 말을 한다.
사실 내게만 살짝 귀띔으로 해 준 이야기, 아주 젊은 날 혼자 되었다는 이야기를
꼭꼭 숨겨 놓은채 내가 그 처지가 되니 털어 놓았었는데,
아직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청소 아주머니가 혼자 벌어서 먹고 사는 줄을......
관리 소장도 모르고, 기사 아저씨도 모르고.
어쩜 다 알고 있어도 모르는체 하는 걸 당사자만 모를 수도 있고.
모두가 속고 속는 세상, 안다 한들 뭐 그리 대수라고.
사람마다 성향이 다 달라서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을 꼭꼭 숨겨 둔 채
그것을 자존심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힘을 보태기도 한다.
야쿠르트 아주머니에게
받은 기억 없는 외상값 만 원을 기어코 주었다며 고집부리던 할머니가
"곧 죽으러 갈 사람인데, 거짓말 하고 갈 수는 없지. 좋은 일은 못하고 갈 망정...."
보란듯이 파란색 만원짜리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나, 이제부터 야쿠르트 그만 넣어. 생각나면 와서 사 먹을께."
- 아휴, 할머니, 저도 곧 죽을 나이예요. 됐어요. 할머니가 주었다면 준 것이지.
누구 말이 옳은 것인지, 그들이 있던 곳에 CCTV를 설치해 놓았다면 몰라도,
확인할 수 없는 억울함으로 두 사람에겐 다 상처로 남은 일이지만
그 놈의 정확한 생각이 도대체 떠오르지 않은 것이 문제이지.
결국엔 갈 곳이 더 임박한 할머니가 이겼다.
에이스 스무 개를 사려다 목격한 순간만 일컫자면.
" 저 할머니, 아까는 외상값 갚으라 하니까,
성당 앞에서 만나 주었다더니, 지금은 이 자리에서 주었다잖아?
그럴싸하게 누구랑 이야기하는 사이 주었다고..... 장사 해 먹기 힘들어."
- 쉬운 일 어디 있나요? 들여다 보면 다 자기 인건비나 나올까?
안 나와도 하던 일이니, 그러다 좋은 날 있을지 몰라 기대를 걸며 가는 거지요.
그냥 일을 위해서 일을 하는 셈이죠.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허공에다 몇 번이나 날려 보냈는지 모른다.
오늘은 그렇고 그런 날....
오락가락한 날씨를 두고 핑계김에 푸념 섞인 몇 마디씩을 씁쓸히 날리는 날,
누군가 하던 일을 그만 둔다는 말을 들으면 나의 끝은 언제가 될지를 생각한다.
사는 일에 끝이든, 하는 일의 끝이든.....
어느날 홀연히 훌훌 뒤도 안 보고 정리해 떠나고 싶은 충동은 누구에게나 그렇지 않은가?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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