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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실수? 이런.......나의 글 2014. 6. 20. 18:20
"엄마! 갈께요!"
한 시간 일찍 학교 앞에 서면 회초리 하나 들고 선 선생님도 안 보이고,
경비 아저씨도 안 보이고,
삼선 슬리퍼를 신어도 지적을 안 당할 것이고,
그렇잖아도 복잡한 학교 앞에서 뉴턴을 하는 차 때문에
곯머리 아파 찡그리는 학교 관계자들 눈치도 없고......
그래서 학교 가는 일을 이리 서두르는 것은 아닐진대,
오늘 아이의 아침 인사에는 힘이 없다.
차에 오르자 마자 이어폰을 꽂고 안경 한 번 닦은 후로는
줄곧 창문 밖만 바라보다가
어느새 내릴 시간이 되면 문 열기가 무섭게 앞만 보고 뛰는 아이였는데
새삼스레 맘 쓰일 인사를 한다.
그냥 그럴 수도 있는 말을 되새겨, 별스럽게 바라보는 나,
왜 따뜻하게 들렸을까?
식탁 위에 놓여진 무시무시한 세금 용지를 두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들은, 여전히 산재되어 있음을 실감했었다.
다 끝났다 싶으면 느닷없이 불쑥 불쑥 튀어 오르는 두더지가 되어
심장을 오그렸다, 폈다를 반복하기를.......
똑똑한 체, 문제 없는 체 어려운 난관 잘도 지나왔다 싶었는데
엉뚱한데서 복병이 생겼다. 뒤늦은 상속세 신고 용지가?
수도 없이 들었으면서도 정말,
그것이 가장 큰 나의 숙제란 생각을 어찌 하지 않았었는지.
아무리 봐도 모를 일이다.
그 쪽으로 듣는 귀가 꽉 닫혀 있기라도 했던가?
6개월의 시한을 넘겨 어느새 2년이 넘어갔다고
재촉을 담은 누런 서류봉투를 물끄러미 바라다 보았다.
바보가 따로 없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는 겁도 없이, 될대로 되라는 식의 강심장이 되어
내 것이 아니면 그저 말자고, 차라리 홀가분해 지기도 하니,
되도록 짧은 두통으로 끝내자,
살아 있음으로 생겨난 일에 늘 원인과 결과가 따름을
왜 모르겠는가?
정말 몰랐으니 못난 실수에 자책은 하지 말자.
아둔한 눈치로 그래도 세상 수월하게 잘 살아온 것이 용할 수도 있었다.
이런 무심함이라......
그 많은 시간동안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지?
별 중요치 않은 것들을 문제 삼아 상심의 꼬리를 물고,
문제 없이 정리된 삶을 살듯 헛똑똑이를 보게.
죽은 듯, 산 듯 잔잔한 호수에 물무늬를 이루며 다시 그가 내 앞에 있다.
십여년 동안의 예금 내역 조회를 하는 행간 곳곳에 그 사람의 움직임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참으로 애쓰고 살았구나!
각자의 운명으로 잘도 넘겨왔는데,
그렇다고 남은 내가 별스럽게 편한 삶도 아니면서,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진작에 처리하지 못한 일은 금전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손해가 막심하지만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일이었다면 늦었다 해서 그리 속상할 것도 없다.
정한 이치대로 가는 일을 .....
속 편한 맘 먹지 않으면 어쩌게, 이미 저질러진 일은 잘 수습하면 되는 것이지.
혼자서만 하는 위로,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으니 그저 내 마음이다.
이렇듯 어리숙한 강심장이 또 있으면 안 될 것인데.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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