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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엄마의 자리.....나의 글 2014. 6. 17. 12:51
"엄마, 정말 과외비 안 내 주실 거예요?"
지난 수요일,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버스로 하루 다녀오고,
다시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또 하루를 지하철로 간다길래
짐짓 모른체 하려다, 엄마 차에 타라 했습니다.
고1 막내의 수학과외를 두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일주일만의 일.
버스나 지하철로 가면 얼마나 걸리는지 물으니 한 시간 정도라며
제가 한 말이 있어 괜찮다는 것을,
"그래, 과외비는 누가 내기로 했는데....."
- 엄마가 해 주어야지요.
각자의 명분으로 분노가 하늘 끝까지 치솟을 때는,
"그렇게 고모가 하자는대로 할 거면 그 쪽에다 돈까지 달라 하지,
그럴 때만 엄마를 찾느냐?" 로 시작해서
- 엄마, 지금 고모가 싫어서 그런 거지요? 고모가 나를 낳았나요?
낳아준 사람이 당연히 해야 할 의무 아닌가요?"
이렇게 바득바득 대들었을 순간에도, 가만히 듣고 보면 틀린 말은 없었습니다.
아이의 말이....
그 얘가 내 인생을 살지 않았는데, 어찌 나를 이해하라는지
그 또한 나의 억지였음을 한바탕 폭풍우가 지난 후,
잠자코 흐르는 시간에서야 깨닫곤 합니다.
혹시라도 기대는 안 했지만,
엄마가 없는 것도 아니고, 돈까지 대면서 조카를 예뻐할 만큼
무조건적인 사랑에는 한계가 있는가 봅니다.
보란듯이, 한번쯤 엄마의 명분을 무색하게 만들 기회 충분했었는데.....
아이가 갑자기 고분고분해졌습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이 불발로 끝날까 염려섞인 조바심 속에
그래도 기댈 곳은 엄마 밖에 없음을 알아차린 건지.
누구라도 돈은 이제 신이라 부를만큼 대단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그리 살갑게 굴었던 고모도, 언니도 궁극적으로 책임이 따르는 돈 앞에서는
등돌린 동조자가 되어 다들 침묵이랍니다.
"그 곳까지 데려다 줄 테니까 바로 선생님한테 말씀 드려서 계좌번호 카톡으로 보내."
무뚝뚝하게 퉁퉁거리기만 하던 아이가 갑자기 자신의 성적 이야기며,
살 좀 빼야겠다는 이야기며, 누가 물어라도 보았나?
무심한 엄마라고 몰아부칠 때의 날선 기세는 어디로 사라지고
더 없이 순한 양이 되어......
불 보듯 뻔한 결과를 알면서도 돌고 돌아 다시 엄마를 찾는 일,
그 자리가 괜한 자리는 아닙니다.
한번쯤 데인 자리, 다시 또 데인 자리가 굳혀진 흔적으로
이젠 쓰라림조차 잊은 엄마들만 알고 있는 자리, 아직은 모를 것입니다.
아이들의 자리에 앉아서는.
지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엄마는 왜 저리 살까 답답해 보여도
엄마는 엄마라서 대단한 이유말고 다른 것은 댈 것이 없습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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