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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 후에.....나의 글 2014. 4. 8. 12:07
나보다 두 살은 많은 남자 한 분이.....
" 막내가 지금 몇 살이예요?"
- 고 1인데요.
" 아직 한참 힘들겠네요."
- 그렇죠. 뭐.
" 사실, 저도 20년 전에 사별을 했거든요. 그 때 큰 얘가 네 살, 둘째가 칠 개월.
직장을 다녔었는데, 도저히 얘 둘 하고 출퇴근 시간에 맞추어 일하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치킨집을 열었지요. 함께 있으며 돈을 벌어야 하느라....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아득해요."
- 힘드셨겠네요.
" 가장 힘들 때가 중3 부터 고1까지.... 남자 혼자서 아이 둘을 데리고 살아온 것 때문에
동네에서나, 친구들은 다른 건 몰라도 그 하나로 훌륭하다는 말 들어요."
- 지금 아내 생각은 안 나세요?
' 전혀, 다 잊어 버렸지요. 그러다 4년 전에 교회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어요.
아이들이 스무살이 넘으니 아빠 그동안 고생했다고 등을 떠밀더라구요."
- 지금은 행복하신지?
" 사는 일이 다 그렇지요. 그냥 마음이 안정되었다 그런 것...."
아침 10시도 전인 그 이른 시간에 50 넘은 남자의 살아온 이야기를
숨도 쉬지 않고 단숨에 들어 주었다.
이상하게 그런 날이 있다.
자주 보는 얼굴임에도 사정을 알 수 없어, 곁눈질로만 지나다가
같은 심정으로 안타까움을 얘기하게 되는 날,
거래처 사람이다.
속속들이 들여다 보면,
긴 고통의 터널 넘어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지....
나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꾸역꾸역 지나온 세월, 지금 그럼에도 편안하니 옛 말을 하는 남자.
시간과의 싸움에서 같은 마음으로 버텨낼 강자가?
마음이 이 만큼 바닥이 되고 보니 들어두는 이야기에 거부감도 없다.
2년이 흐른 나의 변화로.
사람마다 겪어내는 과정이야 차이가 있을 테지만,
현실을 이르게 직시하고 미래의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사람은
냉정한 듯 해도 깨인 사람이다.
그리움이란 그런대로 두고, 사는 방향의 흐름으로 거부할 필요까지야....
남자가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의 이야기를 머쓱하게 끝낸 후,
"애쓰십시요" 하고 떠나갔다.
오늘따라 내가 허전한 줄 어찌 알았던가?
남자가 생각하는 만큼 그토록 안쓰럽게 가엾진 않을진대....
자기가 살아온 발자취만큼 앞으로의 긴 여정, 힘들 거라 여겼을까?
그는 한참 젊었을 때라 더 힘들었을 테고,
나는 지금 그보다 많은 나이에 이르러 있고.
조금씩 차이는 있을 것이다.
인생이 다 같을 수 없음을.....
아침 내내 생각이 많다. 그 남자 때문이기도 하고.....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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