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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바람이 불어도.... 봄은!
    나의 글 2014. 4. 7. 11:57

    온통 바람이 불어도,

    따뜻한 양지 쪽 한 켠 바람이 들지 않는 곳에다

    돗자리 하나를 펴고 드러누웠으면 딱 좋겠다.

     

    어떤 봄날에.....

     

    상추며, 아욱이며, 토마토를 심겠다고 시간이 날 때마다 밭고랑을 뒤집는 한 사람을 보았다.

    언제 그 시간이 나서 씨를 뿌리게 될지 여전히 미지수이면서도

    꿈을 이루기 위한 작은 소망으로.....

     

    비옥한 땅이 되려면 정성과 땀의 수고가 고스란히 바쳐진 만큼일 터인데.

    우선 좋게만 보여지기 위해 사는 사람들을 미안하게시리.

    바람 냄새, 흙냄새가 이토록 좋은 줄.

     

    그땐 그랬지.  이보다 젊었을 때라고 해야 하나?

    무엇을 그리 오랜 세월 지나왔다고,  옛말을 자꾸 하는지.

     

    산 날 만큼,  앞으로의 세월 또한

    많을지, 적을지 아직은 모르지만 움켜쥐기 보다 흘려보내며 사는 삶이길 원한다.

     

    지나는 길, 공짜 쑥과 부추를 뜯기로 한 집의 주인은 사람이 참 좋았다.

    식구가 많을 때는 욕심껏 가득 가득 채울테지만

    이젠 어차피 많이 먹을 사람도 없어서 딱 먹을 만큼으로 욕심을 줄였다.

     

    이 쯤에서 내 욕심의 중간 결산을 할 수 있게 된 일은 참으로 다행스런 것이다.

    심심한 위로라 여긴다면....

    알 수 없을 여정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내게 깨달음을 이끌지 못하였을  때에는 내면의 나, 

    감히 들여다나 볼 수 있었을까?

     

    급박하게만 살아야만 잘 살아내는 줄 알고, 편한 하늘 한번 올려다 본 일이...

    가고 없는 사람 핑계로 세상은 다르게 다가 오기도 한다.

     

    일부러 웃자고 하니 웃어지기도 하고,

    거나하게 취한 사람의 주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벌겋게 달아오른 취기의 얼굴을 바라 보는 시선 또한 거부감이 없어졌다.

     

    그렇다면,  시시함으로 치부했던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흥미로울 필요도 있는 것이다.

     

    그들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해가 되어질 세상이 내게로....

    꽁꽁 싸매고 살았던 나를 조금씩 풀기 시작했다.

    내게 남은 시간이 영원이 아니라면,  오늘이어도 무한 감사할 뿐이라고.

     

    세상의 고뇌를 온통 짊어진 사람처럼 무겁게 살지는 말자.

    구구절절 필요한 변명,  누구라고 기억에 오래 둘 것인가?

    모두가 남의 일,  하루만 지나면 잊혀질 그저 남의 일.

     

    "혼자라서 외롭지?  외로울 거야?  나는 남편이 있어도 어쩌다 날씨가 흐리면 그렇던데.

     멀리 떠났다 오고도 싶고....   이렇게 있지 말고 토요일 오후인데 일찍 나가!"

     

    어느새 나랑 친해졌다고, 이토록 임의로운 말을? 

    하지만 그리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어떤 사람, 어느 사람인들....  하고 싶은 말인 것을.

     

    나쁜 뜻인지, 좋은 뜻인지 야쿠르트 아주머니가 나를 은근히 부추긴다.

    동네 양말공장 여자와 정육점 남자가 바람이 난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데,  여자가 바람이 나면 자식도 안 보이는 가 보더라고?  그 남자 돈도 없어서 지지리 궁상이야?"

    - 왜 그랬대요?  이왕이면 좋은 남자를 만날 것을....

    "그런 남자가 어딨겠어?"

     

    이 아주머니 나 보고 어쩌라고?  

     

    그 날 나는 이 것 저 것 안 사고, 우유 두 병만 사 주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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