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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교길 10시가 훨씬 넘도록 들어오지 않는 막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동안 서로 다른 학교 다니느라 웃음에 고팠던 차,
아이들이 버스정류장에서 뭉쳤단다.
고작 5일 다닌 학교 생활의 회포라고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왁자한 소리.
"엄마, 우리 일주일 못 웃었던 웃음 한 시간동안 다 날리고 있어요."
무엇이 그리 좋을까?
건강한 웃음이 좋다.
신발주머니랍시고 종이 쇼핑봉투도 다 찢긴채 우당탕.....
"감옥생활 드디어 해방! 내일은 학교 안 가는 날!"
실컷 웃고 떠들었으니 배도 고프겠다.
그럼에도 엄마가 아닌 큰 언니에게 빵 좀 구워 달란다.
둘이서 따로 통하는게 있는 것처럼.
휴학계를 내고 집에 일찍 온 큰 아이는
화장실 욕조를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닦아 놓았다.
심경의 변화가 있을 때면 습관처럼 해오던 일,
엄마와 불협화음이 있을 때마다 꽤 오래도 가더니,
이젠 하루 이상을 넘어내지 않는다.
우리끼리 잘 살아내야 하는 법에 가까운 소통이 이루어진 셈.
서툰 마음이긴 매 한가지로 어른이나 아이나 함께 가는 길.
그 길은 낯설기 그지 없어서
먼저 났다고 지혜가 우월한 것은 아닐 터였다.
무턱대고 윽박지를 수 없을 이유로
어른이어도 조심해야 할 일은 많기도 했다.
나쁘게 듣자면 무시하는 것으로 들렸지만,
다르게 바라 보니 위태로울 엄마, 철저히 보완하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일.
오해가 풀리려고 진통이 있었음에 생각을 고정시켜 두었다.
치열하게 서로를 알려야만 하는 까닭은
미처 모르고 놓칠 안타까운 상처 하나라도
그 원인이 되어 벽이 되어질까? 염려였다.
모든 것이 수월해지려면 이 진통 건너 뛸 수 없음을 알기에
사는 동안 매번 잔잔한 침묵만이 좋은 것도 아니다.
유독 별난 아이들이라 일컬었던 편견은 내게서 비롯된 못난 마음,
인정한다고 맘 상할 것도 없음에,
비로소 엄마의 자리를 제대로 찾을 것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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