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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우렁 된장국
    나의 글 2014. 3. 5. 09:54

    우렁 된장국을 끓일 때는 마늘도 필요 없이 슴슴하게, 

    부추만 썰어 넣었다.

     

    자극적인 맛이 싫어진 이유는 자연적인 그대로가

    거친 마음을 다스려 주기도 하는 까닭에....

     

    식구도 많지 않은데,  뭘 그리 끓여 놓느냐 하였어도

    아침과 저녁으로 쑥쑥 줄어든 냄비 눈금으로

    잘 살아내고 있는 우리를 확인한다.

     

    어긋난 마음의 화해라면 먹을 것이 최고지.

     

    독으로 가득했던 마음,  해장술 마시듯 훌훌....   큰 아이가 두 그릇째.

    뒤늦은 사춘기, 이제여서 불편하지만 더 늦지 않은 것으로.

    비로소 엄마를 향한 어리광일지라도

    내게 기대려 다가선 네가 참 좋다.

    깨달아가는 이 시간이 벅차서 춤이라도 덩실덩실,  이런 마음 너도 그러냐?

     

    지겹도록 악다구니로, 그 시간들은 삶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었음에

    그 조차 거두고 살았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말은 말자.

     

    몰라서 모르고 살기 보다,

    알기 위해 몸부림 친 끝의 깨달음은 이토록 값진 것이다.

     

    맛의 진위를 떠나, 마지막 한 국자만큼을 남겨 두고

    바닥을 드러낸 솥단지를 훑어냈다.

    아까운 우렁살만 건져내어.....

     

    이른 새벽,  바쁜 핑계는 언제나 조율하기 나름일터.

    그냥 나올까 하다 썰렁한 렌지대 위의 온기를 위해

    나는 다시 시금치를 다듬었다.

     

    오늘은 부추 말고 시금치국이다.

    거기다 마저 남은 우렁살을 넣고 또 한 솥 끓여내 보자.

     

    어려운 음식 말고,  쉬운 것으로.....  그것이 좋다.

    내 살아가는 방식 또한 단순하게 만들어 가길 원하면서.

     

    바깥 날이 차가운지, 뜨거운 김이 올라와서 그런 것인지

    내 선 자리가 잠시 습한 기운이 올랐다.

     

    어떤 맛이 나오더라도, 내 할 바 끝났으면 미련을 두지 말거라.

    뒤섞일 된장과 시금치, 우렁살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염려의 끝이 오히려 반전이 될 수도 있는 세상이기에

    사는 삶,  꽤 흥미롭다. 

     

    되었다.  다 되었다.  따뜻한 온기 하나 이루었으니

    나의 하루 또 잘 될 것이다.    

    고집쟁이 아이가 크게 웃었다.  나 또한 날개를 단 듯 가벼운 마음 참 좋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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