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스크랩] 싸움의 기술
    나의 글 2014. 1. 20. 11:08

    "어쩐 일로 막내가 빨래를 다 널어 놓았을까?"

    - 둘째 언니가 아까 시켜놓고 알바 갔어요.  그리고 마른 빨래도 접어 놨어요.

     

    엄마는 출타 중!   하룻동안

    아이들이 가족 구성원이라 표현을 하며,  제 각각 할 일을 분담했다.

     

    큰 아이는 엄마 사무실로, 둘째는 단기 알바 장소로, 막내는 학원으로....

    다녀와서 다시 역할 분담에 대한 확인까지.

     

    며칠 전 경우가 바닥인 어떤 거래처 사람과의 실갱이로

    멘붕 상태에 빠져 버린 엄마를 향한 긴장 섞인 배려.

    난 그대로 괜찮았는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던가?

     

    "엄마, 제가 아르바이트 해 보니까 진짜 말 안 통하는 사람 많겠어요! 

     그럴 땐 그냥 긴 말 말고 본론으로 가야겠더라구요. 어차피 못 알아 들을테니까요."

    - 그래도 억지를 부리면?  억지를 쓰자면 한도 끝도 없다.

       같은 사람이 되지 않으려니 이리 힘든 것이다.

     

    간혹 가다,  어떻게라도 설명이 안 될 사람이 있긴 하지.  

    하지만 어른들 세계에선 그것의 이면에 끼어 있는 돈 문제를 배제할 수 없으니

    그 이상한 돌발 사태도 그 돈이 원인이야.

    누군들 돈벼락 맞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겠냐?

    그깟 돈 왕창 벌어서 보란듯이 쓰고 싶겠지.

    들어오는 돈 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으니 그 분풀이 엄마에게 제대로 한 것쯤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차라리 사람이 많은 대낮이었어도  이처럼 속상하진 않았을테고,

    전후 사정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어서 더 기막힌 것이고,

    너 같으면 그럴 때 어땠을 것 같아?

    "나 같아도 엄마처럼 그랬을 거예요."   오죽 답답했으면 둘째를 붙잡고 하소연을 했을까!

     

    "당신 때문에 나 먹고 사는 거 아니예요.  이 돈 안 벌어도 나 충분히 먹고 살아!"

     

    외상은 잔뜩인데,  미안함도 없이 오히려 거들먹거리는 꼴이라니.....

    간신히 지갑에서 얼마를 꺼내나 봤더니

    밀린 돈의 몇 십분의 일도 안 되는 푼 돈을 세고 또 세어 건네며 또 되도 않을 트집이다.

    꾹꾹 눌러 다독였던 성질,  나라고 없겠나?  스프링처럼 튀어 올랐다. 

    치사하고 더러운 게 장사라고 참,  받은 돈 서너 장 세다가 공중으로 날려 버렸다.

    "이 깟 돈,  잘 먹고 잘 사시오.  당신 같은 사람한테 물건 안 팔아!

     외상이나 다 갚으쇼.  내일 안으로...."

    이쯤 되면 속 모르는 이들은  참 배짱도 좋게 장사한다겠다.

     

    급하다길래,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났어도 역부러 부탁한 바를 들어줬으면

    고맙고, 미안하기를 나 같으면 얼굴도 못 들겠구만,  깐죽대는 모습 더는 못 참겠어서.

    그렇다고 이 사람 돈 갚을 사람도 아니다 싶었다.

    물건을 나르는 내내,  기사가 안 와서 자기가 함께 날랐다고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까지.

    차마 혼자서 보기 아까운 풍경을.....   보고서도 돈을 받아야 하니 견뎠었던 건데,

     

    그래도 참아야 했었나?  그런 후회는 없다.  

    언젠가 한번은 질러야 할 것이었음을 미루고 미루었던 것이기에.

    그 남자가 내게 쌍욕만 안 했어도......

    똥물을 끼얹은 듯한 발언만 안 했어도....

     

    누군가에게 속 좋은 사람이 무슨 필요인가? 

     

    이 상황을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그들은 분명히 이렇게 떠들어댈 것이다.

    "그러길래 옆에 남편이 있어야 한다니까?  여자 혼자라고 무시해서 그런 거야!"

    절대 그것이 아니란들 편견으로 바라볼 눈빛 때문에 이토록 속이 상한 것이지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    

     

    돈을 공중으로 날려 놓고는 씩씩대고 나오긴 했는데,

    그냥 출발하면 이대로 내가 지는 것이겠더군.

    그 놈의 돈이 무엇이라고.....

    "아니,  그 돈이라도 우선 챙겨야지.  무슨 자존심!"

    싸울 때 싸우더라도,  바보짓은 하지 말아야지.  돈은 현실인 것을.

     

    지혜로운 싸움의 기술 어디 없을까?   아직도 고민 중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메모 :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