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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노동의 댓가
    나의 글 2013. 12. 5. 15:46

    이만원을 드려야 할까?  일만오천원을 드려야 할까?

    망설였던 수고비에서 오천원만큼 내려잡았다.

     

    이제부턴 무턱대고 선심을 쓸 수 없는 일이다.

    무엇이든 적당한 선에서 주고 받을  고마움에 따른 가치를 그리 책정해 두었다.

     

    분초를 다투며 빨리 가야 한다고 서두르지 않는

    예순 다섯의 화물 아저씨는 보기에도 사람이 좋아 보였다.

    물건을 내려 줄 일꾼들이 오려면 멀었는데

    예정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도착해서 난감할 판에

    기다리긴 그렇고 천천히 도와주고 간다니 고맙긴 엄청 고마운 일이지만

    그렇다 해서 예전처럼 듬뿍 듬뿍 기분을 내어선 안되겠음을 속으로 몇 번이고 다짐을 했다.

     

    지금부터 난 시간을 잴 것이다.

    거저 도움을 받을 수는 없는 일.

    합당한 수고비를 제대로 지불하기 위하여.....

     

    아저씨의 얼굴이 찌그러질 불상사가 벌어지기 직전까지만 그 수고로움을 빌려야 하리라.

    분명 그 분도 댓가가 있으면 좋을테고,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고  그럴 테지.

    힘이 모자라면 요령으로, 요령 갖고도 부족하면 친절한 웃음이라도 건네며 살아갈 방도를 찾는 것.

    지금의 내 모습이다.

     

    40분이 걸렸다.

    되도록 부담 주지 않으려고 뛰어 다녔더니 등 뒤에서 땀이 주르륵....

    그럼에도 이 노동이 참 좋다.

     

    아저씨가 커피 한 잔을 타서 드시는 동안

    영수증 편에 만 오천원을 식사라도 하라고 드렸다.

     

    "아저씨 많지 않지만 어쩔 수 없네요.

    - 아닙니다.  이거면 됐습니다.

     

    아저씨도 분명 속으로 나처럼 조율을 했었나 보았다.

    이 일을 도와주면 얼마를 줄 것인가.

     

    그 적정선이 크게 어긋나지 않았으면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기분이 괜찮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살아가는 법을 깨달으며

    얼마를 더 살지 아직은 모를 일이지만

    먼 훗날까지 미리 고민하지 않는 법만 염두에 두고 살 것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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