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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노파심
    나의 글 2013. 12. 7. 17:27

    나만큼 철저한 사람이 어딨다고 장담하고 산 대도

    위태롭게 흔들리는 바람 앞에 선 나무처럼

    때때로 나는 어처구니 없을 바보가 되기도 한다.

     

    그 바보란 말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날 염려하고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것으로 달리 해석하니

    썩 얹짢은 것만도 아니긴 하지만....

     

    헐렁해 뵈는 시선이라 기죽지 말도록

    추위 앞에서 늠름해지기 위해 아래 위 내복을 껴 입었다.

     

    생각보다 춥지 않은 날,

    갑옷을 두른 것처럼 온 몸이 불편해도

    스스로를 향한 단도리, 이 또한 시작이다.

     

    애써 치워 놓은 눈길,  보기 좋아  웃음 지으려는데

    폭설이 다시 내려앉은들 모른체 할 수는 없는 일.

    곧 달려와 삽을 들어야지.

    그렇게 치우며 사는 인생.....

     

    이룬 것도 없이,  치울 것 투성이로 하루, 한달, 일년은 이렇게 또 막바지란다.

     

    하숙집에서 나와 자취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살아갈 비용을 줄이기 위해

    친구와 어울려 전세를 얻을 것인가, 월세를 얻을 것인가.

    함께 방을 쓰는 친구가 영 못 마땅해 골치 아픈 둘째가 갖가지 묘책을 내밀어도

    돈이 더 들지만 그게 그거라고 그냥 듣기만 하는 엄마의 대답에서

    인생 살아온 이력에 따른 것임을 아직 모르는 젊음.

    그저 잠자코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만 주는 것이 어른이다.  답은 그들이 얻어낼 것이다.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는 큰 아이도, 

    고입 원서를 쓰면서 비로소 자신이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골똘히 생각하는 막내를 보면서도

    엄마라고 특별히 나서서 해 줄 것이 없네. 그러고 보니....

     

    가만히 돌아가는 사정만 눈치껏 관찰할 뿐.

    안다고 섣불리 끼어들 수 없을만큼 그들은 이미 영악하다.

     

    아빠가 있었대도 저랬을까?

     

    일찌감치 독립을 깨닫는 일은 감사한 줄 알면서도 막내를 향한 노파심 하나.

    "걔네 아빠는 그렇대...."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말 줄기를 틈타

    - 그럴 때 너의 기분은 어떠니?라고 함부로 물어 볼 수 없는 묘한 안타까움.

     

    하지만 어제 모른체 물었었다.

     

    "엄마, 아무렇지 않아요! "   괜히 혼자 겁을 먹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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