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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사람 풍년
    나의 글 2013. 12. 6. 11:41

    돌아 보니 온통 사람이다.

    이 많은 사람이 다 어디서 흘러온 것일까?

     

    가로 막고 있었던 둑이 제대로 뚫린 것처럼

    일년 중 끝 달,  12월에 몰아서 묻는 안부에 사람이 치인다.

    이 달이 지나면 곧 죽어나갈 사람들처럼....

     

    원하는 만큼 다 차지하자면 날짜와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마음만 고마웁게 받는 것으로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채에 거르는 작업을 한다.

    다들 그렇게 12월을 보내는 중. 

     

    무심한 안부여도 그저 그렇게 잘 살고 있겠거니, 소용이 없어진 순간들.

    대신되어 전해지는 안부에 감동이 없다.

     

    "그래,  잘 지내고?"

     

    첫사랑의 그 남자는 지금쯤 무엇을 할까?  그 얄팍한 호기심 또한 마른 감정이 되어

    물었대도 관심 조차 떨어졌다.

     

    감시자가 없을 바람은 의미가 없다.

     

    누구의 힘을 빌리는 일이 편치 않았던 여파가

    늦은 저녁 긴장이 풀리면서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감기 기운인가?  짧은 시간,  된 노동을 무리하게 굴린 몸은 그저 넘어가는 법이 없다.

    증상은 늦게라도 기어코 나타나는 것.   

    그럼에도 오늘 나는 참 잘 살아냈다.  혼자서 뿌듯해지는 이 성취감을 아는 사람은 안다.

     

    오징어 무국을 칼칼하게 끓이고, 마른 다시마를 불려 멸치액젓 양념에다 싸 먹도록 준비를 하고,

    호박고구마를 냄비 가득 굽고,  또 뭐가 있을라나?  브로컬리도 데쳐야지....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드러누운들 누가 뭐랄까?

    살아 있는 죄.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 내야 하는 의무가 내게 있는 것처럼.... 

    아이들이 들어서기 직전에 완벽하게 마무리 해 두고 싶은 급한 맘도 병은 병이다.

     

    번호키를 누르는 소리가 전해졌다.  아! 오늘도 실패.

    우렁각시 노릇이 말이다.

     

    잔뜩 벌여 놓은 주방으로 막내가 들어섰다.

    "엄마, 뭐 했어요?  몇 분 기다리면 될까요?" 

     

    먹성이 좋은 아이가 어쩌나 봤더니 밥그릇 두 개를  꺼내 주걱으로 밥을 푼다.

    하나는 자기 것, 다른 하나는 엄마 것.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왜 나의 것을 푸는 것인지....

    혼자서 먹는 밥은 정말 싫었던 거다. 

    생각 해 보니 온 식구가 둘러앉아 먹는 식사시간 그 순간이 무척 그리울 때도 있는 게지.

     

    아이의 엄마를 향한 마음이 이토록 고마울 데가....

    이렇게 표현하는 막내가 예쁘다.

     

    "엄마는 안 먹어도 돼.  아까 이 것 저 것 먹어서."

    - 먹긴 뭘 먹어요. 어서 앉아요.

     

    단도직입적인 이 말투가 오늘따라 왜 이리 감동적인지.

     

    무심한 듯 보이는  막내의 마음 속에도

    이래 저래 복잡한 나무 하나 잘 자라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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