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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의 엄마 민자씨께.....나의 글 2013. 11. 7. 08:43
나의 엄마 민자씨께!
벌써 아빠를 보내고 두 번째 가을이네. 이제 겨울도 오겠지요?
사실 내가 듣는 교양 교수님이 과제로 부모님께 편지쓰기를 내주셔서 이렇게 써요.
정말 지루한 수업인데 그래도 과제 핑계로 편지 쓸 기회도 생기고 좋다.
아빠 아프고 나서부터는 정말 시간이 미친 듯이 흘러간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안 나.
어쩔 땐 그게 내가 겪은 일이 맞나, 나의 일이 맞는가 낯설기도 해요.
엄마가 오늘 아빠 꿈 꿨다고, 아주 생생했다고 했죠?
나는 요즘 꿈에 아빠가 나오면 "어? 아빠는 이제 없는데?" 꿈 속이지만 다 알고 있는 걸...
그러면 아빠는 연기처럼 사라져. 참 신기하죠. 이제 받아들여지는 훈련이 되었나 봐요.
엄마, 사람들이 시간이 약이라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나는 그 말 믿지 않아요.
시간은 약이 될 수 없어. 그냥 그 기억을 꽁꽁 숨겨두는 것 뿐이잖아요.
어느날 숨겨두었던 걸 들춰지는 날엔 배로 아픈 것 같아요.
단지 면역이 생겨 덜 아픈 것처럼 느껴지는 것 뿐이지.
(중략)
하루만이라도 아빠가 살아 돌아온다면,
어버이날에 떠밀려서 쓰는 정형화된 편지 속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말고
"아빠가 있어서 우리가 있었다고, 정말 아빠는 멋진 분이었다"고 꼭 안아주면서 말해 줄텐데...
하지만 너무 늦었다. 그냥 아빠가 너무 불쌍하다.....
중환자실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실핏줄이 선 채로 눈을 뜨려고 애쓰던 아빠의 모습, 잊혀지지가 않아요.
아빠가 다음 세상에는 꼭 따뜻한 집안에서 사랑받으며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아빠는 너무 힘들게 살아왔으니깐.
(중략)
집을 벗어나 타지에서 생활하다 보니 처음에는 자유라는 생각에 좋았어요.
하지만 한쪽으론 허전한 마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혼자니깐. 집에선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으면 되었는데,
여기서는 내가 밥상을 차려야 해. 아무도 나를 위해 차려진 밥상으로 불러주지 않아요.
엄마가 그저 감사할 뿐이예요. 그러니까 엄마 내가 아무리 못나게 해도 날 버리진 말아줘요.
사랑합니다.
엄마가 제일 힘들텐데, 엄마 심정의 10분의 1도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
내가 너무 부끄러워요. 아무리 우리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린다고 해도
우리는 절대 엄마의 마음을 다 알 수 없겠죠. 엄마는 방식이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닌데,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던 것 같아요.
엄청난 짐을 지고 힘겹게 걷고 있는 엄마에게 이 못난 딸은 왜 더 빨리 가지 못하냐고
보채기나 하고.... 난 정말 아직 멀었다.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들어 준 것은 엄마와 아빠인데,
아빠가 없다 해서 그 빈자리를 모두 엄마가 채워줘야 한다고 억지 부린 내가 너무 싫고 부끄럽다.
아빠의 빈자리는 엄마가 가장 클 텐데...
나는 왜 내 것이 가장 크다고만 생각을 했을까?
엄마 앞에서 딸은 정말 부족하고 못난 존재인 것 같아요.
엄마 날씨가 많이 쌀쌀하다. 겨울이 너무 일찍 왔어요.
엄마 비록 아빠는 떠났지만, 아빠가 남겨주고 간 것들에 감사하며 살아요.
그냥 흘러가듯이 말고 똑 부러지게 현명하게 살아야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자신의 것들을 챙겨야 해. 나중은 없다는 거 우리 잘 알잖아요.
엄마 요즘 산에 다녀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이대로만 흘러가도 좋겠어요.
가끔씩 토닥거리며 싸우는 것도 좋으니깐 ㅋㅋㅋ
무엇보다 우리가 행복해 지려면 엄마가 행복해야 하니까,
엄마 항상 건강 챙기고 스스로의 이익을 챙겼으면 좋겠어요.
하늘나라에서 아빠가 안심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럼 엄마 이만 쓸께.
2013년 10월 28일 금요일
가끔 속 썩이지만 생각보다 믿음직한 둘째딸 수련
"엄마 편지 왔어요!" 큰 아이가 갖고 들어온 것은 대전으로부터 보내져온
손편지 였습니다.
A4 용지 두 장 분량으로빽빽하게 채워진 아이의 편지,
아침에 조용할 때 읽으려고.....
일부러 일찍 집을 나왔습니다.
슬픔에서 이겨내는 방법이,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다른듯 같습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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