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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이것도 여행이라면...
    나의 글 2013. 11. 5. 13:26

    대전까지 가는 막차가 저녁 8시 50분이라는데, 

    둘째의 짐이 꽤 많았다.

    엄마의 목도리를 살짝 챙겨 넣은 것 하며, 단감에다 음료수까지  주섬주섬 많이도 챙겨 넣었더군.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가 대전까지 태워줄까?  말까?  어떻게 생각해?"

    -  나야 좋지만 너무 힘들잖아.

    "언니랑 동생이랑 뒤에서 자고 있어도 좋으니까 같이 가자고 하자."

    데려다 주고 싶으면 그리 하면 될 터인데 이렇게 묻는 이유란

    아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한번쯤 우쭐해지고 싶었다.

     

    남은 두 아이가 고개를 절레 절레 핑계를 댄다. 

    시험공부, 숙제,  주말도 아닌데 힘들게 엄마도 가지 말라고까지....

    나는 지금 분명 무리수를 두고 있는 중이다.

    엄두도 못 냈던 일들에 대해 자꾸 과감해 지고 있으니 말이다.

     

    터미널까지 가느니 내쳐 대전까지 가고 말자.  시간 조금만 더 보태면 되지.

     

    아이가 느긋하게 운전석 옆자리에서 등받이를 뒤로 쑤욱 빼고 비스듬히 눕는다.

    기분좋은 여유로움이다.

     

    "엄마, 아빠가 지금 있었다면 무조건 태워다 주었을 거야?  

     내가 대학생 되면 참 해주고 싶은 것 많았는데,   인터넷에서 옷도 사 주고,

     마주 앉아 술 상대도 해 주고, 재밌는 얘기도 해 주고....  다음 달에 오게 되면 추모공원에 가자.

     유리 벽 안이 너무 초라해.  빨래걸이처럼 꾸며서 사진 좀 걸어 두게."

     

    좀체 쉽게 꺼내지 못했던,  아니 꺼낼 수 없었던 말들이 담담하게 쏟아져 나온다.

    눈물 두 줄기 살짝 내려 앉길래,  침묵했더니 아이가 엄마 얼굴을 들여다 본다.

    달리는 차 안이라서 가능한,  높은 산 하나 넘고 나니 조금씩 수월해지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라디오에서 빅뱅의 Blue란 노래가 흘렀다.

    아이가 재빠르게 채널을 돌려 버렸다.

    왜 그러느냐 했더니,  작년 재수했을 때,  아빠도 돌아가시고,

    암울했던 시기에 들었던 노래라 다시는 듣고 싶지 않다 했다.

    어린 마음에도 상처는 느닷없이 가시가 되어 불쑥불쑥 솟아오르는지......

    "엄마, 언니한테 잘해 주세요. 

     나는 엄마랑 싸우고 나면 단순해서 곧 잊어버리지만 언니는 다르거든요.

     너무 정직해서 곧이곧대로 그 말을 곱씹는 성격이라, 상처가 오래 가요.

     성격에 따라 사람을 상대해야지요."

     

    한 가족의 슬픔에 처한 대처법이란

    흐느적 거리며 위로한답시고 너도 가엾고, 나도 가엾고 연민에 싸여 보았댔자

    나약함만 키울 뿐이지.

    드러낼 아픔 또한 속수무책,  다 같이 아파 있으니 일단 홀로서기부터 하고 봐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스무살 짜리 아이가 어른이 되어 엄마에게 조심스레 배려를 가르치고 있다.

    치열한 각고 끝에 얻어진 배려,  멋쩍게 웃었다.

    아이들의 냉정한 판단은 성숙되어져 좋은데,  왜 이리 아픈 것인지....

     

    학교 앞 하숙집에 다다르자 친구 하나가 전화를 해서 빨리 케잌을 사오라 한다.

    생일파티를 해야 한다나?  그 중 누군가 생일인가 보다.

    아이의 방에다 짐을 들여 넣고 나오는 길,

    "엄마, 고마워요!  운전 조심하고...."   친구들 속으로 바쁘게 사라지는 아이.

    무엇을 바라는가?   섭섭한 마음  따위는 이제 없다.

    아니, 그보다 무궁무진할 그들의 미래에 대한 꿈들이 살짝 부러웠다.

     

    늦은 저녁 곧 열 한시가 다 되어가도 난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쉬엄쉬엄 천천히...   내 마음대로 가는 세상  참 좋구나!

     

    그동안 불성실한 엄마로 산 것도 아닌데, 

    아이들에게 진정 떳떳해지고 싶었다.

    해줄 수 있을 것들을 떠올리면서......  

     

    남은 우리끼리라도 열심히 살고자 하는 것은 가족이라는 이름 때문에 가능한 일.

    그저 사랑하면서 살자꾸나.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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