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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런 날엔, 가을비가....나의 글 2013. 10. 15. 16:50
가끔, 아주 가끔은 정말로 아무렇지 않은 날이 있습니다.
생태주기를 관찰하듯 일상 하나 하나를 체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날은 흔치 않을 것인데,
아마도 감기 때문이 아닐까 미루어 추측을 해 봅니다.
강철 같던 내게도 이렇게 감기몸살이 오기도 합니다.
그 덕분으로 주변에 열거되어 보여지는 것들이
입체감 없이 뿔뿔이 흩어져 떠돌듯 느껴지기도 하고,
감정 또한 높낮이 없는 그런 날,
맥 없이 밝혀 놓았던 TV 소리 하나 껐습니다.
컴퓨터까지 잠재우기엔 적적할 듯,
음악 소리 하나 쯤은 여전히 크게 열어 두었습니다.
생각 없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도 필요 없을 이런 순간,
일컫자면 오랜만에 찾아든 편안한 때,
구름 위에 떠 있듯 몽롱한 상태의 연속이지만
참 좋습니다.
무엇보다 치열하게 대들어야 할 명분에서 비껴나
이런들 저런들 세상의 구경꾼이 된지 꽤 오래인 것 같기도 합니다.
행 불행의 경계선을 억지로 긋자면
종이 한 장의 차이라고도 하고,
마음 먹기에 따라서라며 자위해 보지만
그것은 순전히 내 편하자고 늘어놓을 핑계.
여전히 행복한 사람은 부러울 것 없이 따뜻한 계절을 만끽할 테고,
내팽개쳐진 낙엽처럼 어수선한 추위에
맘 둘 곳 없는 이들은 케세라세라 노래 한 가락에 취하면 그 뿐으로...
그럼에도 내 맘입니다. 행복이라 이름하기는.
오늘따라 어찌 내 맘을 그리 잘 알고
한 통의 전화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나만 그런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멈추었습니다.
긴 고독에 시달릴 것을 염려해
가을을 좀더 당겨잡은 까닭,
비가 내렸습니다.
침묵으로 하루를 지내는 것 또한 내게 온 선물입니다.
내일 어떤 일이 생긴들 겁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저 자연스러운 것처럼 좋은 일 또한 없답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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