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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의 아이들나의 글 2013. 10. 14. 11:36
이렇게 된 이후로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선 생각을 접기로 하니 참 좋았다.
왜 진작부터 이 편한 마음을 알지 못했던가 그렇게.....
어제 오후 아이들 셋이서 논쟁이 세게 붙었다.
한 놈은 대전에서 두 놈은 집 거실에서, 삼자 회담이 벌어진 모양으로
나 또한 다른 장소에서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망하는 바,
실시간 카톡 울음소리에 나의 심장은 오그라 들었다, 펴졌다를 반복했다.
기분이 무척 좋은 분위기일 때는 카톡 소리가 웃음 소리로 들릴테지만
어제 같은 경우엔 고막이 터질만큼 웅웅 기막힌 소음이었다.
그렇게 몇 십분 동안의 글자로만 도배되어진 그 전쟁은 잠시 휴식을 맞는 듯 했다.
카톡 문자가 어찌나 빠르게 스쳐가는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카톡, 카톡 반복되는 그 소리에서 아이들의 분노를 감으로 잡을 뿐,
현 시대의 기기를 가장 적절하게 이용할 줄 아는 위대한 아이들의 손 놀림에 경의를 표할 판이다.
둘째가 대전 하숙집 아주머니가 불친절하고,
가만히 계산해 보니 돈도 아깝고 그래서
내년엔 자취를 해야겠다며 무심코 던진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이다.
말로서 그러든지 말든지 그 때 가 봐서 해결하면 될 것을
집에 있는 두 아이들은 언니는 언니라서, 위험한 상상을 하는 것이고,
중3 막내는 덩달아 그 동안의 잔소리에 대한 보복의 찬스가 왔다는 생각으로
가차없이 냉정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이,
엄마가 감히 끼어들 분위기는 진작에 아니었다.
대전 쪽의 아이가 두 명의 공격에 항복 아닌 항복의 표시로 꼬르륵 수면 아래로 숨어 들었다.
아마도 둘째가 옆에 있었다면 막내 머리 통 한번 세게 쥐어 박았을 태세이건만,
주먹이 멀어도 너무 멀리 있다는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스마트폰의 세상은 우물같다.
왁자지껄 했다가, 어느새 깊은 우물 속으로 잠자코 기어드는.....
모두가 물 아래로 지금 잠수를 탔다.
막내의 카톡 방에다 편지 하나 남겼다.
"다빈아, 그게 뭐 중요하니?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염려는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아. 언니가 설마 그 정도 모르겠니?
엄마가 알아서 판단할텐데.... 싸우지 말아라.
시시콜콜 시비를 걸자면 오해만 쌓이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목소리도 없는 글자만의 논쟁은.
서로 멀리 있으니 그저 믿는 수 밖에 없어. 각자 자기 일에 충실해주면 되는 거야.
그 다음은 모두 엄마가 할 것이니..."
퇴근 후, 큰 아이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엄마를 바라본다
"엄마, 내가 속상한 것은 언니로써 동생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거예요.
내 능력이 너무 부족해요."
- 무엇을 네가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그 염려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되니까.
"엄마, 아빠가 없으니 그 빈 자리가 엄청 크다는 것을 비로소 느껴요.
예전같으면 이런 걱정 따위 내 몫이 아닐 수도 있었는데....
엄마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죠? "
아이가 도저히 울음을 참지 못하겠었는지 티슈 멏 장을 뽑아 아닌척 눈물을 닦아낸다.
이 현실이 답답해 죽겠는 모양이다. 알지, 물론.... 하지만 어쩌냐, 이렇게 살아갈 뿐인 것을.
씽크대에서 설겆이를 하고 있는 엄마의 등 뒤에다 큰 아이가 계속 말을 이었다.
나는 이후로 뒤돌아 보지 않았다.
젠장, 대책없을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한동안 엄마에게 냉랭하기 이를데 없이 독설을 퍼붓던 큰 아이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한다.
무엇을 바라는가?
아무 것도 없다. 나의 아이들이 엄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것이면 다 되는 것이지.
아이들이 바라 본 세상은 긴장감으로, 비장함으로 무섭게 날이 선 채 팽팽했다.
그동안 엄마의 이름으로 아이들과 나, 어떤 표현을 하며 살아야 할지 난감했었다.
끼고 돌며 키우지 않은 자식들인지라, 나는 내 고통에만 집중했었지,
아이들의 상처에 대해선 무방비로 침묵일 뿐이었는데,
"엄마, 내가 바라는 것은 엄마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나의 동생들에 대해서도 언니로써 모든 걸 감싸 줄 만큼 자상했으면 좋겠는데,
늘 놓치게 되니.... "
아이가 엄마를 앞질러 죄스럽게 하고 있다.
나는 누구보다도 큰 아이가 저토록 가슴 아파할 것들이 많음에 아픈데,
다 이렇게 살아간다는 말을 이해시키기엔 늘 역부족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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