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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바람이 분다나의 글 2013. 10. 11. 12:51
오늘 새벽 휩쓸고간 천둥 번개, 그 흔적으로 거리에 온통 낙엽투성이다.
휙휙대며 스치는 바람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다. 진짜 가을이 느껴지는 아침.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를 괜히 흥얼거려 보았다.
중간 중간에 공휴일이 끼어 있으니
날마다 월요일인 것도 같고, 금요일인 것도 같고, 감각조차 무디어져
간단하게 아침, 저녁 이렇게 구분하는 것으로 나의 삶을 만들어 내기로 했다.
매일 염려하는 것들이 다르지 않음에 감사해야 하는지,
"나는 아직껏 심하게 아파 본 적이 없어요."라고 했더니
누군가가 큰일 날 소리 한다고 했다.
"장담할 수 없는 것이 건강이라고....."
예전에 그저 흘려보내고 말았던 말들이 자꾸 신경을 거스른다.
무엇이든 준비하고 예방해야 한다고 외치면서
내일을 위한 오늘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 투성이다.
누가 뭐래도 내게 이변이 생겨 주위 사람 성가시게 만들어선 큰일이라는 생각,
물론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치밀하긴 정말 힘들다.
솔직히 그럭저럭 살려는 마음 쪽으로 기울기가 편하지.
다듬으려니 성가실 것을 알면서도 고구마줄기를 세 단이나 샀다.
시장에 가면 그래도 살 것 같다.
하늘이 너무 맑고, 날씨가 깨끗해서 기분은 좋은데
무어라 설명이 안될 이런 모호함,
코 끝이 찡해서 진정시킨다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불확실한 앞날, 그것은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몰아친 걱정이니,
쌤쌤으로 숨통이 트이는 순간도 있다. 같은 걱정으로 소리를 모을 땐, 잠깐 잊기도 한다.
나도 이들과 같은 사람이구나.
괜한 자격지심으로 못나게 굴지 말자 해도 혼자서 쪼그라 든다.
육십이 한 참 넘은 옆 집 아주머니가 강남에 파스타집을 열었다고 들르란다.
오늘 상점 축복기도를 청하였단다.
그 집 부부는 여전히 앞날에 대한 구상이 활발했다.
사는 날까지 멈출 수 없을 욕망의 집착이라면 절대 아니라 할 것을.....
자식 때문에, 노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한다는 푸념,
그 집은 서른 넘은 아들이 둘이나 있다.
그들은 여전히 살 날이 무척 많은 사람들이다.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우선 멈춤인 나, 그리 많이 부럽지는 않았다.
지극히 염세적이어서도 아니고, 어찌 하다 보니 삶에 대해 시작과 끝을
간단히 명분화시킬 줄 아는 기술이 자꾸 늘어날 뿐이노라고
헛헛한 결론 잘 만들어 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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