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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생각
    나의 글 2013. 10. 6. 12:14

    삶은 밤을 한 입 깨물더니 벌레가 씹혔다고 막내가 줄행랑을 친다.

    털어내고 먹어도 좋으련만,  먹거리에 아쉬움이 없는 좋은 시절에 태어난 아이들.

     

    형부가 몇날 며칠 애써 박스 한가득 채워 보내온 귀한 밤일진대

    그 이후로 호기심 조차 당기지 않는지 거들떠도 안 본다.

     

    먹을 사람 없으니 나라도 먹어 둬야지.  

    생각 없이 먹느라고 애를 썼더니, 얼굴도 붓고,  손도 붓고....

    밤의 영양가는 예상보다 꽤 높을지도 모른다.

     

    순간 정신을 차린다.

    뱃 속을 넘치듯 채우는 미련함이 과했다.

    허전하게 다시 비워 두어야지.

     

    친구가 말했다.

    "속 몰라 주는 남편 있으나 마나, 오늘도 속리산 갔잖아. 처리할 일은 이리 쭈~욱 미뤄 놓고.

     도대체가 책임감은 어디로 갔는지."

     

    주말부부인 동생도 내게 말했다.

    "언니, 모처럼 우리 셋이 만났으니까 편해야 하는데 왜 이리 불편하지?

     팝송이라도 듣자고 해서 아들한테 부탁을 했지. 아들 왈, 엄마 진짜 팝송 많이 안다니까

     남편 하는 말, 아마 팝가수의 계보는 모를 껄 하면서 딴지 거는 심통은 뭐람. 그나 저나 꾸 욱 지금 참고 있는 중."

     

    그들은 오늘 행복한 가정에 대한 성토를 위한 자리를 깔았다.

    분석하려 들면 들 수록 적정한 행복의 순위도는 낮게 책정될 뿐인데

    그럼에도 어딘가 완벽한 가족의 모델은 있을 거라고 푸념 한번 제대로 던졌다.

     

    다시 친구가 말했다.

    "그래도 자상한 면은 있어.  돈 버는 일엔 젬병이어도

     아이들이 늦은 밤 맛난 음식 해 달라면 귀찮아 하지 않고, 

     나 같으면 그냥 자라고 할 텐데 시장을 봐 와서라도 해 주는 그런 자상함....."

    - 그래, 그렇지.

     

    다시 동생도 말했다.

    "언니, 다른 부부들도 대부분 이렇겠지?   무엇을 기대하겠어. 

     그냥 그러려니 성격은 고칠 수 없는 것이니까.  그래도 아들한테는 위신 세우려고 난리."

    - 그래, 그렇지.

     

    그 심리에 관한 한 먹통이 된지 오래인데,  과거형일지라도 그 순간 우린 어땠는지를 끌어내 보란다.

    나,  우리?  아무 것도 없다.  그저 그렇게 살았던 거지.

    아마 지금 있었다면 싫증이 나 지겨울 수도 있었을까? 

    차라리 다행이다.  좋은 기억으로 있을 수 있어서... 

     

    내가 나에게 던진 무척 건설적인 위로다.

     

    어느날 문득 멈춰진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놓은들  

    시차에 따른 감정은 매번 바뀌는 것,

    내 마음이 변했다고 탓하지 마소.  

    그저 우리에게도 그런 아웅다웅 좋은 시절이 있었던가

    도통 생각이 안 날 뿐이니.....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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