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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자식은 내게
    나의 글 2013. 7. 30. 10:59

    성악가가 될 것도 아니니 목소리 톤을 높여

    제대로 목이 쉰들 아무 지장이 없을 터,

    그럼에도 불편하다.

     

    지난 저녁 퇴근해서 그 때까지는 아무 일 없이 그저 평화로운,

    아이 셋이 거실 한 가운데 모여

    모처럼 의좋은 자매의 모습을 그림처럼 그려내고 있었는데

    그 놈의 학원에서 걸려온 전화 때문에

    망쳐 버렸다.

     

    지나고 보면 그리 언성 높일 일도 아니었는데,

    중3짜리 막내가 학교에서 댄스동아리를 허락받아 회원이 10명이 되었다는

    그리고 직접 춤선생을 연결해 줘서 인정까지 받은 이야기,

    수학, 영어 학원을 다른 곳으로 바꾸기 위해 궁리하다

    오전에 상담 받으러 갔다 수업 중이라 그냥 돌아온 이야기,

    여기까지가 그들끼리의 이야기다.

     

    아침 일찍 나갔다 들어오는 엄마로선 정말 알지 못할...

    잘못이 있다면 먼저 알아차리고 일일이 참견했어야 금상첨화인 엄마인 것을

    내겐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

     

    막내에 대해서 그렇게 지극정성 관심이 많으면

    전후 사정 얘기를 하고,

    엄마의 의견이 어떤지도 타진을 했어야지

    모든 것이 생략된 상태에서 다짜고짜 학원 전화를 받으라니

    자식이어도 답답했다.

     

    순식간에 밀려오는 괴리감,

    어떻게 해야 할지 일단 생각을 해야 하니 오늘 학원 전화는 안 받는 것이 좋겠다.

    대책없이 성적 안 나왔다 해서 학원을 옮기는 것도 그렇고,

    일단 한 쪽 정리라도 해 놓아야지.  무작정 공부, 공부  그런 것도 엄마는 싫다.

     

    나름 논리로 무장한 악바리 둘째가 대든다.  자기 말만 들으라면서..... 

    "엄마는 왜 귀를 막고 사세요.  우리가 기껏 어제 말했잖아요.  도대체 관심이 없어요."

    - 니들이 뭔데 엄마한테 강요를 하니?  지금 학원에서 온 전화가 뭐 그리 중요해?

       필요하면 내일 해도 되는 것이고....  그런 것 쯤은 언니들로써 엄마를 대신해서

       해결해 줄 수 있는 거 아니니?  어찌 그리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길 바라는 건지...

       난 모른다.  이제부터 니들 알아서 해.  어디서 엄마를 함부로 여겨.

      

    자식들이 원없이 잘난체 하는 기분이 들었다면 엄마로서 철이 없는 것일까?

     

    엄마의 기분이라는 것도 있는 것이다.  니들이 파악해 내지 못할....

     

    난데없는 억지에 화가 났다.   

     

    어떻게 이 아이들을 이겨 혼자서,  자식들과 싸움이라니, 참 기분 더럽다.

    오늘만큼은 아이들과 대치하는 마음으로 철저하게 외로움과 싸운 것이 맞았다.

    큰 아이가 다시 비수를 꽂는다.

    "엄마, 우리 셋이 같은 생각이고 엄마만 다른 생각이라면 그건 우리가 옳은 거예요."

     

    이만 싸움을 접었다.  난 자식에게 패배자로 남았다.

    조용히 거실에 이불을 깔고  TV를 켰다.  열시 반이다.

    월요일인지 가요무대를 하고 있다.

    아주 슬픈 노래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이름모를 노래 투성이다.

    핑계김에 덩달아 눈물이나 펑펑 흘리려고 했건만 이도 나를 버렸다.

     

    엄마가 하룻동안 어떤 생각으로 살았는지

    엄마가 적어도 오늘 어떤 기분이었는지

    그런 배려를 바래보는 욕심도 과한 것인가.

     

    눈이 퉁퉁 부었다.  밤새 많이 울긴 했나 보다.

    그 사람이 보고 싶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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