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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삼겹살을 구웠다.
어제 저녁에 먹으려 했던 것이었는데...
아침이어도 저녁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엄격한 규율이 흐물흐물 ,
숨 한 번 길게 쉰 것 뿐인데 눅눅한 하루가 그냥 지나가 버렸다.
멈췄던 비는 다시 내리고,
생각없이 켜 놓은 TV 에선 열린음악회가 한창이다.
이제부턴 시작도 하지 않은 오늘을 마감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여섯살 나이에 가수 데뷔를 했다는 하춘화가 연하의 남자 란 노래를 부른다.
별 노래가 다 있군, 시큰둥 들여다 보는데
카톡으로 사진 몇 장이 연속적으로 뜨기 시작했다.
동생네 가족 사진이다.
새삼스레 소중한 가족의 의미를 확인하게 된 동생이 그 벅참을
내게 일일이 설명한다.
좋아 보인다.
4년 전에 사별한 후배 하나가 최근 교회에서 남자 친구를 소개 받았다는데
잘 만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한다. 사십 중반에,
"언니, 그게 가능할까? 누구에 의해 구속되는 것이 지겹지 않을까?"
- 글쎄, 그 친구는 아직 젊잖아. 그리고 자신의 미래가 불확실한 것이 두렵든지...
"그냥 깨끗이 혼자 살기 쉽지 않은가봐."
입장이 달라지고 나면
어떤 설정을 두고 강력하게 같은 주장으로 매도할 수 없는 벽에 부딪치곤 한다.
동생의 편견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무조건 동의하기가 힘든......
나는 아니어도 될 수 있는 사람은 기꺼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는 마음이라는 걸
입 밖으로 내 놓기는 참 힘든 것이다.
그 사람이라고 처음부터 이런 마음이 될 것을 어찌 예상했을 것인가.
고된 마음도 지나쳤고, 안타까움도 충분히 지나친 다음에서야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용기가 생겨난 것일테지.
그녀가 냉정하고 독해서 그렇게 쉽게 잊은 것이라고 어찌 비난을 옮길 것인가.
그렇게 이해하고 싶었다.
그녀가 그냥 행복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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