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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그 어떤 것에서라도 위로는 나의 편이었으면....
    나의 글 2013. 7. 3. 18:36

    아침 일찍부터 경기도 의정부를 지나 양주엘 갔다.

     

    새벽 다섯시 반, 조수석만 남겨 두고 박스로 가득 채운 나의 자동차가 제법 묵직하다.

    남편이 있을 때부터 사무실 일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동민엄마에게 함께 가자고 부탁을 하니

    선뜻 그 시간에 조수석을 챙겨 앉아 주었다.

     

    이른 시간 약속을 어기게 될까, 새벽 두시에 깬 이후

    아예 꼬박 샌 탓으로 눈두덩이 침침하다.

    잠을 깰 요량으로 밥을 한 솥 앉혔고,

    빨래를 널어 두었고, 또 무엇을 했더라?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기도 했고,

    인터넷 검색도 잠시 했다가......

    주어진 것만 챙겨 먹고 말려다 마음을 추스린 이후

    나의 정신력은 본의 아니게 남편으로 빙의되었다.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으니 요령을 피우다 급하게 약속시간에

    허둥대는 모양은 어쩜 영원히 개선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과감하게 그냥 나가면 될 것을 자꾸 뒤를 돌아 본다.

    비뚤어진 거실 탁자를 다시 반듯이 해 보기도 하면서...

     

    동민 엄마가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의 지도검색을 시작했다.

    내가 있는 곳에서 약 한 시간 거리이다. 분당에서 양주시는,

     

    서툰 줄만 알고 있는 나의 운전 솜씨를 걱정하며 그녀가 말을 한다.

    "천천히 가요"

    에어콘을 트니 그냥 창문을 열고 가는 게 낫다며 오른쪽 창문을 과감하게 내려 버렸다.

    난 바깥 소음이 너무 싫은데, 그냥 잠자코 있었다.

    옆에 누가 있는 것이 이젠 불편해 지고 있는 중인가.

    신경이 쓰인다.  네비게이션 소리를 들어야 하니 라디오도 틀지 못하겠다.

    여전히 그녀에게 나는 서툰 운전 솜씨의 소유자로 인식되고 있으니....

     

    이른 시각이라 차들이 별로 없다.

    속도를 더 내자면 그리 할 수도 있지만 난 결코 100을 넘지 않는다.

    무리하지 않을 것이다.

     

    물건을 내려 놓고 결재를 하려는데

    거래처에 다니러 온 내 나이 또래의 고상한 여자가 나를 흘끔 쳐다본다.

    그리고 가볍게 스치듯 묻는다.

    "얼굴에 슬픔이 가득한데 아픈 일이 있었네요. 남자가...  1년 정도 되었어요?"

    - 예? 남편인데요.

    "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네요. 2년간만 잘 버텨내세요. 그 다음부턴 괜찮아질 겁니다.

     그리고 장사 열심히 하세요."

    옆의 엄마에겐 내년만 지나면 괜찮아진다고도 했다.

     

    기분이 묘했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신의 계시라도 작용했던가.

    영이 어린 아이보다 맑아 전국에 큰 절을 몇 개 가지고 있는 있는 분이란다.

     

    평소 이런 말들에 호기심조차 갖지 않았던 나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동민엄마는 다 뻔한 말이라고 하건만,

    자꾸 귀에서 둥둥둥...  2년간만 잘 버텨내면 된다는 그 말이 말이다.

     

    하지만 달려들어 그 다음은 어떤 것인지 묻지는 않았다.

    기승전결이 적나라한 세상살이에 이골이 나 있는 터,

    새삼 그런 말에 현혹될 것도 없는데

    종교가 다른 거부감조차 마다 하고 좋은 소리는 그저 간직하고 싶은 나약함이 내게 있는 것이다.

     

    그래, 이 방식대로 살아가면 된다.

    모르는 길을 새롭게 모색하려 애쓰지 말고,  

    잠깐 슬럼프에 빠졌었던 것을 용케 눈치라도 챘던 것이면 어떤가.

    잠시 스치는 동안 내게서 나약함을 엿보았던들, 부끄러울 것은 무어냐.

    옆의 동민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치는데 나는 오늘 나 답지 않게 꽤 연연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믿고 있는 신을 통해서가 아니면 절대 불가능한 감동은 없는 것이다.

    불순하지 않은 마음으로 내가 거듭 용기를 얻어낼 수 있다면

    다른 방법이었던 들 그 또한 나를 살리는 길이었음이니...

    그래서 나는 오늘 기분이 참 좋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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