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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들도 우리처럼...나의 글 2013. 7. 2. 13:02
"어머니, 용돈을 입금시켜 주십사 합니다."
여름방학이 되어 집으로의 귀환을 꾀한 둘째 아이의 간곡한 청이라며
몇 번에 걸친 카톡 문자, 가엾은 이모티콘까지 곁들여서...
매월 1일에 입금시키기로 약속을 했었어도
이번엔 집에 있으니 생략해도 될 줄 알았건만
"벌써 그렇게 되었나?" 그렇게 답장을 주고 가만히 있는 중입니다.
둘째가 집에 등장한 이후로 사람 늘은 건 하나인데
열 사람은 집안에 차지하고 있는 듯 왁자지껄 시끄럽습니다.
큰 얘와는 영 딴판인 성격이라
둘째가 온지 하루 밖에 안 지났는데 큰 얘는 살짝 내게 와서 말합니다.
"엄마, 쟤 언제 간대?"
그런 섭섭한 말을.....
하지만 둘째는 개의치 않습니다. 너는 해라 나는 듣는다 그렇게.
한동안 서로의 성격을 깨우치느라 분쟁도 일었지만
지금은 그나마 각자 존중하며 살짝 피해가는 법은 아는 것 같습니다.
사무실 옆 화단에 서 있던 복숭아 나무가 쓰러졌습니다.
복숭아가 참말 맛나게 열리던 나무였는데....
아침에 불었던 바람 때문이라고 했지만
설겅설겅 톱으로 몸통을 자르고 보니 속이 썩었다네요.
그리고 누렇게 드러난 나무의 심장 부위를 쭉쭉 당겨봅니다.
역시나 다재다능한 칠십 중반의 경비 아저씨가 다시 해결사로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여러모로 쓸모 있는 사람으로 늙어간다는 건
참으로 재미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무성한 이파리와 복숭아 열매를 바라보았을 때만 해도
이처럼 작은 바람소리에 휘청이게 될 복숭아 나무의 오늘을 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마치 우리의 삶 같습니다.
경비아저씨가 슬근슬근 톱질을 합니다.
썩은 부분은 동강이 쳐 져서 사람이 앉아 있어도 좋을 원형 의자로 남았습니다.
기억대로라면 남편과 엮여진 추억 하나 사라진 격입니다.
다음엔 어떤 것이 사라질까?
가슴철렁한 안타까움도 이젠 일상으로 익숙해집니다.
애처롭게 부여잡고 싶은 어제일지라도
힘에 부치면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이지요.
몽롱하게 불과 얼마전이었던 젊은 날의 그 때도 그저 어제와 같은 맥락일텐데....
굳이 까막득한 옛날이라고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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