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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한의원에서
    나의 글 2013. 6. 12. 14:50

    허약한 큰 얘를 위해 한약을 함께 취급하는 약국엘 들렀다.

     

    아는 엄마가 어느날 큰 병 들어 감당 못하게 될까 두려워

    자기네는 온 가족 몸 보호를 위해

    미리 미리 저렴한 가격에 시나브로 챙겨 먹는다길래

    함께 따라나섰다.

     

    나의 이 모습이 어릴적 우릴 챙기던 엄마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에서 이젠 아이들에게로,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온통 관심사가 되어 버린 요즘

    할 일이 참으로 많아졌다.

     

    아이와 동행을 안 했으니 어쩌냐고 하니

    엄마가 알고 있는 부분만 대충 얘기를 해 주고

    다른 내용은 전화로 본인에게 직접  알아 보면 된단다.

     

    "세인 엄마도 진맥 한 번 짚어봐.   그리고 약 한 번 먹어 둬야지."

     

    함께 온 엄마가 나를 부추긴다.  약국의 약사는

     

    잠은 하루에 몇 시간 자는지, 화장실은 몇 번을 가는지,

    물은 얼마나 마시는지, 양 쪽 손 목 눌러 보고, 눈 한 번 감고, 혓바닥 한번 내밀어 보고,

    발바닥 들여다 보고 이젠 됐단다.  

     

    "몸에 화가 가득 찼네요.  허리쪽이 지금 부실해 있어요. 

     죽기 살기로 일하는 건 그만 하세요. 오랫동안 건강하게 있어야 이 아이들 다 챙길 것 아니예요.

     멈추지 않고 달리기만 하면 생이 빨리 멈춰버리잖아요. 남편처럼....

     손바닥을  보니 정말 열심히 사셨네요.  잠은 여섯시간은 자 둬야 하고,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일은 절대 놓지 마세요.  일 안하면 바로 주저앉을 것이니 긴장은 늦추지 말고 사셔야 해요."

     

    나는 놀면서 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어디 씌어있는 것처럼....

    40대 중반은 되어 보이는 여자 약사가 마치 점쟁이 같다.

    신기한 것은 그 몇 마디에 흐물흐물 무너질 듯

    그녀에게 매달리고 싶어졌다.

     

    독불장군처럼 내 판단이 전부라고, 내 고집에만 의존하며 버텨내기엔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음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를

    이제사 깨달은 사람처럼.....

     

    세상은 느닷없이 터득한 깨달음을 천천히 실천하면서 사는 거라고 했던가.

     

    기웃거리며 이웃의 사는 모양을 관망하다

    내게 어떤 맞춤이 좋은 것인지를 알아챘을 땐

    주저하지 말고 그 속으로 나를 들이밀어도 손해 날 것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아직은 그저 소리없이 늙음을 기다리며 살기엔 너무 젊은 나인 것을.....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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