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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집착, 이방인
    나의 글 2013. 6. 11. 10:38

    심한 구토와 복통으로 병원에 일주일 입원했다가

    퇴원을 한 우리 집 큰 얘,

    그 일주일 동안 이 것 저 것 검사를 했으나 뚜렷한 병명이 드러난 것은 아니고

    그저 스트레스성 위염 기가 있는 듯 하니 음식 조절하고 2주 후에 다시 병원에 들르라 하고

    우리집의 한바탕 위기는 일단락 지어지는 듯 했었다.

     

    며칠 후 내 핸드폰에 문자가 떴다.

    "6월 5일, 삼성병원 오전 10시 진료 예약"

    그리고 아직 미혼인 쉰 네 살의 우리집 아가씨에게서 전화가 오기를

    동네 병원은 아무래도 미심쩍으니 더 큰 병원에 가서 정확한 검사를 해 봐야 하니까

    예약을 해 놓았다는 것,

    "아가씨, 큰 병 아니니까 일 크게 만들지 말아요.  내가 엄마인데 아무려면 그 정도 감이 없을까봐요.

     사람이 죽고 사는 일, 아무리 예방을 한들 우리 원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괜찮으니 취소하세요.  정말 무슨 큰 병이 있다면 그 병원에서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소견서까지

    써 주며 가라고 하겠지요.  우리가 아빠가 떠난 후 놀란 가슴이 되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있어요.

    아이에게 자꾸 겁을 내게 하지 말아요. 별 것 아니라고 해야지...."

     

    알았다고 일단 전화를 끊었던 아가씨는 내 말을 어떻게 알아 들었던 건지

    다시 어제 날짜로 같은 시간에 진료예약을 잡아 놓고는

    큰 아이와 몰래 약속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내가 보호자니까 문자로 예약일자가 떴지만

    애써 알은체를 하지 않았던 것은

    답은 정해져 있음을 살아온 이력에서 미루어 짐작이 되지 않던가.

     

    아침 일찍 출근하는 엄마를 다급하게 부른다.  큰 얘가...

    지난 밤까지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전전긍긍하는 표정을 모르는바 아니었으나

    엄마가 모른체를 했으니 나름 고민을 했던게지.

     

    "엄마, 이쪽 병원에서 무슨 소견서 써 준 것 어딨어요?"

    - 무슨 소견서?  글쎄.....

     

    나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

    순간 기승전결의 파도가 내 앞에서 그림이 되어 스쳐간다.

     

    참 대책없이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지독한 집착은 언제가 되어야 끝이 나려나.

    남편이 병 중이었을 때 한바탕 겪어낸 끝이라 다시 내게 이런 상황이 맞닥뜨렸을 땐

    자연스럽게 방어막을 쳐야 한다는 절박함은

    나를 이렇게 강하게 만들어내게 한 것을....

     

    어찌 보면 참으로 감사하다 해야 맞는 일이지만

    내게 어떤 감동도 일지 않음은 누구의 잘못이런가.

     

    그렇게 나는 하루를 이유 모를 분노인지, 안타까움인지를 뒤섞으며

    우울하게 보냈다.

     

    늦은 밤까지 아이가 방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하룻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엄마인 내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살아온 이력만큼 어떤 결론이 있었는지 점쟁이가 되어 그저 기다릴 뿐이고...

     

    다시 아침이 되고 나는 막내에게 학교 가야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다시 큰 얘에게 학교 가야지 물으니 그제서야 어제의 일을 털어놓는다.

    "엄마, 사실 어제 고모가 예약을 해 놓은 삼성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대.

     그렇지만 원래 있었는데 없어진 건지, 아무 이상이 없었던 건지는 모르지만....   어떻든 그랬어.

     그런데 엄마 검사비 20만원 나왔는데 어떻게 해야 해." 

    그리고 웃는다.  무척 겸연쩍었나 보다.   엄마가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 세인아,  호들갑스럽게 어떤 표현을 많이 한다 해서 그 사람이 많은 사랑을 하는 것이라 할 수도 없고

      무심하게 있는 것 같다 해서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니야.  엄마는 그냥 엄마니까. 

      그 오해는 그리 생각하는 사람의 것이니 내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고....  내버려 두는 수 밖에.

     

    "엄마, 엄마 같은 경우엔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주변 사람이 많지만

     고모 같은 경우엔 결혼도 안 했으니 자신에 대한 어떤 확실한 사건도 없고,

     그러니까 우리 집 이야기를 자신의 것인듯 하지만 그것은 들러리에 불과하잖아.

     엄마가 가엾게 생각해.   엄마는 현재는 몰라도 길게 보자면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잖아요.

     우리 셋이 있고,  가끔씩 티격태격 엄마를 화나게 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우린 자식이니까 엄마의 편에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것,  고모는 엄마가 절대적으로 갖고 있는 그것이 없는 거니까

     저렇게 집착하는 걸 거예요.  나도 정말 귀찮고 싫었지만 더 시끄러워지는 걸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었어요."

     

    - 하지만 서서히 너도 받아주는 것을 줄여야 해. 

     

    우리가 살아가는 일엔 때때로 가족이지만 이방인이기도 한 사람들이 불편하게 할 때가 있다.

    오랜동안 반복되어 지는 일이다 보니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 때문에 누구 하나가 상처를 받게 된다면 그건 너무 잘못된 일이지.

    나는 우리 큰 얘가 몰라서 고모의 집착을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 있다고 이해를 바탕에 깔고 그 만큼은 자신의 역할이라 했다는 것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감당하는 몫은 어차피 자신들의 것이니까....

     

    아이가 솔직하게 자신의 느낌을 피력해 주어서 고마웠다.

    그러고 보니 나라는 사람 정말 많은 것을 갖고 있는 것 맞았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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