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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엔 경사진 도로에서 시동이 스르르 꺼져서 접촉사고를 내더니,
오늘 퇴근 시간엔 평지에서 다시 푸르르 시동이 꺼지면서 멈춰섰다.
다행이라면 사무실에서 멀리 떠나오지 않은 곳에서 벌어진 일이라
수습하기가 덜 무섭다는 것 말고는 다를 것도 없건만
이젠 더 이상 고장이 잦은 차에 미련을 가질 이유는
확실하게 버려도 좋을 것 같다.
뒤에서 마을 버스 운전기사가 삿대질을 해대며 소리를 지른다.
빨리 차 좀 치우라고.
이런 일도 몇 번 겪으니 면역력이 단단해져서
그 다음에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그까짓 줄 지어 밀려 선 차들의 아우성쯤이야....
"아저씨 차가 고장이 났는데 어쩔 수 없잖아요. 금방 렉커차 오니 잠시만 기다려 줘요."
마을버스 기사는 차 시간을 맞춰야 하니 남의 입장 따위야 알 게 무어냐
그런 심정일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지.
그 열악한 순간에 나는 어찌 그런 여유를 부리는가.
절대 당황해선 안되는 교육을 철저히 받은 북한 간첩처럼
나라는 사람 참 침착해도 너무 침착하다.
어떤 사람은 기어를 중립으로 해 놓고 뒤에서 밀어 한쪽에다 주차시키라 하고,
어떤 사람은 차의 기능도 제대로 모르면서 왜 차를 끌고 나왔느냐 하고,
"시동이 다 꺼진 상태에서 그 기능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나는 담담히 대꾸를 했다.
그런 중에도 좋은 사람 몇은 꼭 있다.
노발대발하는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협박이 그 중 시끄러울 뿐....
좋은 사람에 속하는 두 아저씨가 내 차의 등을 슬슬 밀었다.
평지엔 주차해 놓을 공간이 없으니
약간 경사진 골목으로라도 위험하지만 일단 비켜 놓아야지.
5분도 안 되어 렉커차가 왔고,
나의 차는 카센터로 끌려갔다.
저녁 일곱시 반, 나는 차를 따라 가지 않았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자동차에 이제 그만 정이 떨어지려나보다.
다 고치고 난 후 연락을 주세요. 그렇게 전화를 하고
터벅터벅 버스정류장 까지 걷는
내 모습이 처량하기도 하지만
이럴 때 그 사람이 있었으면 참말 좋겠다.
그런 나약함을 갖지 않는다는 것,
신기한 일이다.
지나온 길에 미련을 가진들 별 수 없다는 것쯤
예전에 터득한 사람처럼
나는 참으로 씩씩한 전사가 다 되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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