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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친구
    나의 글 2013. 5. 12. 15:32

    경기도 광주 "경복궁"이라 이름 붙여진 한정식 집에 다섯 부부가 모였다.

    얼마 전 딸을 출가시켰고, 집도 새로 지은 감사의 보답으로 아름이네가 통 크게 한 턱 쏜다 했다.

    평소, 부부끼리 짝을 이뤄 함께 앉아 식사하는 분위기였다면 뜨악할 수도 있을 터인데

    늘 남자들, 여자들 따로 자리를 해 버릇해서

    남편 없이도 이 분위기에서 기죽지 않을 만큼 난 충분히 용감해 있었다.

     

    오십 중반의 남자들이 하는 얘기란,

    집에서 부인 눈치보는 이야기,

    드라마 즐겨 보는 이야기,

    아침 일찍 일어나 백팔배 운동하는 이야기,

    저녁 때 내 놓은 반찬 아침에 다시 내 놓을까봐

    밥 한 그릇 통째로 엎어서 다 먹어버려야 한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그의 아내는 이렇게 답을 달지요.

      밖에서 일하는 사람 생각해서 그 반찬 마저도 아껴 먹어야 할 판인데

      한 꺼번에 다 해치워 버리면 그것은 도와주는 게 아니랍니다.)

    시어머니가 내다 볼 때 당신의 아들만 왕따 당하는 것 같다며 손녀에게

    "아빠 잘 챙겨라. 엄마와 너희들끼리 어울려 다니지 말고"

    그런 다짐 아닌 다짐을 듣는 환경을 만들고,

    시시콜콜 옆에 붙어 잔소리 해대며 귀찮아 죽겠는 존재가 되었다는 이야기......

     

    나는 이제 잊어버렸다. 

    그들이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며 웃어제끼는

    그 제스처에 대한 반응이 어떤 것인지 조차도

    나 때문에 그 재미난 이야기의 줄기가 행여 끊길까 그것이 조심스러워

    기발하게 다른 주제로 돌릴 궁리만 시도할 뿐....

     

    식사를 끝내고 차를 마시는 시간,

    우리집 막내가 아빠, 엄마에게 보냈다는 편지 두 편을 꺼내 놓았다.

    마땅히 할 말이 다 소진되어 멀뚱멀뚱 있는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한 ...

    결핍에서 비롯된 성숙한  문장 하나 하나, 기특함이 배어 있는 글을

    줄 따라 읽어가다 눈시울을 붉히며 엄마들이 훌쩍이는 사이

    남자들은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는 신기함을 다시 목격한다.

    아빠의 친구 하나가 묻는다.

    다빈이가 그림이나 글을 잘 쓰느냐고,

    우리 중학교 때 다들 없이 살 때인데, 누구 하나 카드 그려 보낼 생각도 못했을 때,

    다빈 아빠가 정성들여 그림카드를 선물한 적이 있었단다. 

    그리움의 되새김질은 느닷없는 분위기에서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이던가.

    그러면서 한 동안 말이 없다.  다른 이들도 그렇게 쩝쩝 입맛을 다실 뿐.....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도 잘 하고,   늦둥이가 아주 듬직해요."

     

    그들의 추억을 거슬러 가서야만  

    남편을 느낄 수 있게 된 허전함을 나는 자식얘기로 채우고 말았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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