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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떠난 이후로
6년 전, 86세로 떠나신 엄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도 한 적이 없었다.
못 견딜만큼 고독이 밀려와도
하소연 하자고 엄마를 부르며 그리워 한 일도 없었던 것 같다.
위로 언니가 여섯이었고, 오빠도 하나 있어
나의 엄마는 늘 늙어 있는 모습이었고,
나까지 기대어야 할 틈바구니를 애초에 포기하고 산 탓이기도 했지만...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쉬지 않고 떠들어 대도
끄떡도 않을만큼 냉정을 유지하던 나,
지나가는 길에 무성하게 솟아 올라온 쑥 무리 앞에서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무작정 쑥을 뜯었다. 잠시 훑었는데도 한아름이다.
자동차 뒷 좌석에 쑥을 펼쳐 놓고는 버벌진트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오늘따라 중고등학교 때 들었던 팝송을 많이 틀고 있다.
엄마는 태능 배밭이나, 성북동 산자락에서 쑥을 뜯어
떡집에 넘겨주는 일을 몇 년 하셨었다.
가끔은 머리에 이고 온 30여키로도 넘을 쑥 보따리 안에
먹골배가 드문드문 숨어 있어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 그것은 나와 동생만 아는 추억이다.
예순여덟인 둘째 언니는 지금도 엄마가 그리워 운다고 했지만
나는 남편의 그림자에 가려져 빛 바랜 그리움이 된 채로
그저 담담한 엄마를 그린다.
애틋하게 주고 받은 감정이 언니들 보다 덜해서 그런 걸까?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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