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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 이후
    나의 글 2013. 4. 16. 11:59

    2012년 4월 15일 월요일

    버스를 타고 아빠에게도 다녀오고,
    다시 버스를 타고 성남 수진동에도 다녀오고,
    엄마의 부탁에 시큰둥하게 대답을 하며 속을 태우더니
    결국 맏딸의 소임을 다 하고 돌아왔다.

    "세인아, 고마워."

    - 엄마 왜 고맙다고 해. 새삼스럽게. 생전 그런 말 안 하더니...

    "오늘은 정말 고마운 날이야."

    나와 동행을 했더라면 시간도 절약되고 힘도 덜 들었을테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다는 게 엉뚱하게도 욱 하고 질러 버렸으니...
    엄마는 바쁜 사람이라 피해 주고 싶지 않았음을 왜 미루어 생각하지 못했을까?

    세인에겐 그 고됨이 꽤나 의미가 있었던지
    그럼에도 밝게 웃음을 웃었다.

    "엄마, 지난번에 할머니가 엄마 전화 좀 바꿔 달라 했잖아.
    그 때 니 엄마가 받을까봐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몰랐다고
    제발 받지 말아라, 제발 그래라 그렇게 기도했었대.
    목소리 들으면 어찌 할 줄 모를 것 같았나봐.. 쏟아질 눈물 때문에...."

    엄마가 잠깐 갔다 오면 될 것을 왜 그게 안 되느냐고
    시간적으로 봐도 효율적이지 않느냐 고 엄마의 괴상한 고집을
    이해할 수 없는 세인이,
    그 잠깐이 엄마에겐 고통인 것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그랬을 것 처럼 어머님도 그랬을 것이었다.
    차라리 지금처럼 마주치지 않는 일이
    꿈을 꾸듯 막연하게 살아갈 수 있으니 더 나을 지도 모른다.

    가족끼리 반드시 만나서 어우러져야만 슬픔이 옅어지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살아내는 일도
    딴엔 슬픔에서 이겨나갈 방법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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