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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동안 잘 살고 떠난다는 세입자 아주머니가
수도요금이며, 정화조 요금이며를 계산하면서
주인집이라고 그때 약속한 바가 있으니 확인해야겠다며
연락이 왔다.
내가 바쁘니 부동산에다 일임해 처리해달라고 했었는데
의심많은 세상은 늘 확인에 또 확인을 필요로 한다.
"8년 전 이사왔을 때 수도요금 빼 준다고 했던 거
잊지 않았지요? 그거 말하려고..."
- 무슨 소리예요. 잘 모르겠는데요. 그냥 본론만 말씀하세요.
" 분명히 그랬는데, 이래서 들어올 때, 나갈 때 말이 다르다니까?
살짝 빈정이 상하려고 했다. 영문을 모르겠는 말을 하니,
- 예? 얼마인데요. 들어오실 분에게 말해서 받으세요.
보증금에서 빼 주면 되니까요.
3만8천원이란다.
지하 세 사는 집 것까지 자신이 냈으니 거기다 7만7천원을 더하면 11만5천원.
부동산 아주머니께서 계산하기 복잡하니
자신의 계좌로 입금을 해 주면 고맙겠다 해서 그리 해 주고
얼굴을 마주 하지 않고 얘기를 하다 보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돈에 관해서 사람들은 참으로 철저하기까지 하다.
대충 허술하게 살면 손해보는 것 같은지....떠나는 자와 보내는 자의 마음이 이렇듯 다르다니.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이 되기란 집착에서부터 벗어나야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