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3월 11일 오후 12:50나의 글 2013. 3. 11. 13:05
봄날의 우울함에서 깨워내기라도 하듯
수련이는 야탑 터미널에서 12시 버스를 타야함에도
급하게 노트북을 사서 가야 한다고 안달이다.
벌써 11시 10분인 것을...
사무실에서 집까지 10분 안에 도착을 했고, 아이를 태워 다시 삼성전자 대리점으로
따르륵 따르륵 핸드폰에선 급한 전화가 쉬지 않고 울려대는데
나의 손은 자동차 핸들에, 볼펜으로 짧은 메모를 하려고 가방 한 켠을 뒤적거리고
머릿 속은 방금 들은 내용을 입력시켜놓느라 정신을 집중시키고 있다.
나는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다. 내가 봐도
"비싼 노트북 말고 가장 막 쓸 수 있는 걸로 골라 주세요."
이렇게 품위 없이 말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게
내겐 찬찬히 살펴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
아이가 다행히 79만원짜리 회색 노트북을 고른다.
흰색이 더 낫지 않느냐고 말을 길게 늘어놓길래
그냥 가장 기본적인 사양으로 달라고 말을 잘랐다.
"엄마는 지금 이후로 할 일이 많아. 밥은 먹고 나왔니?
다음 다음주 금요일에 꼭 와야 한다. 이모부 칠순이거든.
차비가 아까워도, 오기 귀찮아도 집에 오는 기간을 늦추어 잡으면 안돼.
가족끼리의 정도 애써 만들어가야 하는 것 같으니까."
- 엄마, 멀리 학교 다니는 친구들이 그러는데 처음엔 집에 자주 가다가
잘 안 오게 된다던데.
엄마인 나, 아이를 향해 치사하지만 자꾸 부드러워지려 노력하는 느낌이 든다.
훗날 엄마와 딸의 관계가 데면데면해선 안 될 것 같은 두려움을 예상이라도 했음일까?
나는 너희들에게 엄마라는 당연한 명칭 말고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자식 (0) 2013.03.12 [스크랩] 풋풋한 꿈을 가진 아이들을 보면서 (0) 2013.03.12 [스크랩] 어느 봄날 (0) 2013.03.11 [스크랩] 학생회비 (0) 2013.03.10 [스크랩] 좋은 날엔 (0) 2013.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