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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말이었으니,
불과 며칠 전이어도 햇수로 치면 1년 전이 되던가?
어째 한참 지난 것 같다.
강남역에서 주유소를 운영하시는 A형제님네 직원은 다섯 명인데
숙식을 제공하다 보니, 김치가 항상 부족하다 했다.
그래, 말 듣기가 무섭게
우리는 별로 먹을 사람도 없고, 맛있을 때 당장 주는 게 나을 듯 해
배추김치 한 통, 총각김치 한 통을 챙겨 두었었다.
다음 날 바로 가져 가라고, 바쁘면 집 앞까지 갖다 줄 수도 있다고 했지만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었는지, 아직은 괜찮다며 나중으로 미루더니
오늘 아침에사 일찍 문자가 왔다.
아침 아홉시에 집으로 김치 가지러 가도 되냐고.
배추김치는 김치냉장고에 들어 있어 괜찮은데,
총각김치는 그 때 이후로 냉장고에 넣지 않아 많이 시어졌을텐데, 어쩌나?
할 수 없지. 신 김치도 라면에 걸쳐 먹으면 개운할 것이야.
김치 보따리 옆에
어제 사 온 모나카 두 봉지와 포도즙 네 봉지를 따로 챙겼다.
가지러 오는 시간에 맞추어 함께 들고 가라고.
그는 이것이 무어냐고 묻긴 했어도
투덜대지 않았다.
귀찮아 할 줄 알고 속으로 조금 염려했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일이니 그 정도쯤이야.
요양병원에 계시는 어머님 것으로 좀 더 사두었던 모나카는 잘 나누었다.
그의 큰 형님에게서 보내온 문자를 보니
"어머니 면회 때 사다 드린 과자 빵 잘 안 드시고 나한테 먹으라 하시니
다음에는 부드러운 카스테라나 미에로 음료로 바꿔 드렸으면 좋을 듯...."
이 집의 여섯 형제는 물론 나이가 많기도 하지만
꼭 필요한 말만 간단하게 문자로 전하는 오랜 습관으로 지내온 듯 하다.
그러므로 크게 다툴 일도 별로 없고.
여자들 같으면 불가능할 것들....
다음에 방문할 때는 야쿠르트 대신 미에로 음료로,
모나카나 양갱 말고 카스테라로.
숙제를 내듯 문자로 각자의 할 바를 알려주니
그 이후는 자율에 맡기는 방법으로.
인간미는 없어 보이나 편리하기도 하다.
더 많이 효도하려 소리 높인들 어차피 거기서 거기.
우리도 하루씩 늙어가는 모습을 거울 속에서 마주 하다 보면,
예전만큼 힘이 없는 건 분명하다.
2016년 1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