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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별관 법정 6호....나의 글 2015. 12. 26. 14:10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마저 해 주지 말았어야 옳았다.
후회는 늘 늦는 것이지만.....
갑작스럽게 닥쳐 온 상황 앞에서
언제나 지혜로운 판단으로 무장되어 있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 때는 그 나름으로 최선의 도리를 다 했다 여겼던 것이었는데.
그 남자는 민사소송으로 나를 당황케 했다.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 일 임에
몸이 다쳤으니, 그럴 수 있겠다 백번 이해하려 해도,
해 주지 않아도 될 산재처리로 실컷 도움을 받고 나더니,
몸이 살만 해 지자
다른 욕심을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에
역시 사람은 만만해선 절대 안되는 것을 깨닫는다.
법정 6호 단독 판사는
이젠 제법 법정에서의 규칙에
더 이상 어리버리하지 않는 나를 향해 첫번째 질문으로
"피고는 000를 아십니까? 라고 물었다.
- 잘 모르는 사람입니다.
"고소 내용을 보면 다치기 직전까지 8년여를 지속적으로 피고의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원고가 다쳤다고 했을 때, 현장에 있었나요? "
- 아니요. 저는 나중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 그럼 직접적으로 임금을 지불한 적은 있나요?"
- 그것도 없습니다. 저는 남편이 떠난 후 갖고 있던 차를 당장에 처분할 수도 없고,
하던 일을 멈출 수도 없어 믿을만한 사람 하나에게 알아서 하도록 맡겼었지요.
물론 그도 같은 위치의 사람이지만,
그래서 작업을 할 때 누구를 쓰는지 알 수도 없고, 임금도 물론 제가 직접 지불한 적이 없구요.
"그런데 원고의 산재보험처리를 어떻게 해 주게 되었는지."
- 지금 같았으면 절대 해 주지 않았을 겁니다. 그 때는 경황이 없었고,
노무사, 근로복지공단 등에서 직원이 나와 무슨 큰 죄라도 지은 양 겁을 주니
바보같았던 저는 얼떨결에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엄밀히 말씀 드리자면 반 강제적인게 맞아요.
당장에 그 사람이 옆에 있었다면 언감생심 욕심이 지나치지 않느냐는 심한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 쪽은 젊은 여자 변호사가 자리하는 바람에.
그 당시 여자 혼자였기 때문에 무시하고 내게로 몰아세운 것은 아닌가,
무엇보다 그것이 가장 속이 상했다.
주위의 바라보는 눈이 나를 그렇게 위로하는 분위기에다
괜한 자격지심이 그렇게 꽂히며.....
실제의 나는 전혀 아닌데도 말이다.
상대편 번호사는 신체감정 의뢰까지 준비하고 있다 했다.
"무엇으로요? 실익이 있을까요? 자기 과실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닌데....
감정 의뢰하는데 드는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려고?"
판사는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듯 하고 싶은 말을 먼저 해 주었다.
- 그럼 위자료라도 받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하나요?
변호사가 되묻고 판사가 말을 받았다.
"그건 알아서 하시고, 다음에 한 번 더 나오시죠? 2월 초 괜찮나요?"
- 네.
똑똑하게 사는 법은 과연 무얼까?
원칙을 고수하며 사는 일이 오히려 잘못 산 느낌이라니....
2015년 1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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