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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누는 일....
    나의 글 2015. 12. 12. 13:55

     

     

     

     

    저녁 밥 때라서 맛있게 끓여진 동태국을, 

    그리고 보성 큰 언니에게서 보내져 온 절임 배추 사진을 수련에게 보냈다.

    배 고프지 않느냐고....

     

    멋내기를 좋아하는 수련은

    "감자야? 전부..." 해 놓고는

    라쿤 야상이라나?  혼자서 이런 포즈, 저런 포즈를 취해 찍은 사진을

    연달아 내게 보냈다.  

     

    9만원 주고 산 옷 인데 괜찮지 않냐며

    옷을 입은 모델보다 더 멋진 모습을 취하면서.

     

    하긴 멋도 부릴 줄 알아야지.

    다빈의 말마따나 자신을 가꾸는 것이 흉은 아니라던데.

    최소한의 예의,

    그러면서 멋 부릴 줄 모르는 세인 언니를 향한 못 마땅함을

    정당화 시키는데 일조를 더 하는 센스가 밉지 않았다.

     

    관심사가 다른 곳에 있더라도 소통을 위한 노력은 언제나 필요한 것.

     

    박스 속의 절임 배추 말고도,

    갓, 찐 마늘, 쪽파 다듬은 것, 생강, 작은 조기 손질한 것 등을 

    덜어내며

    해본 사람이 안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상상해 보자니

     

    내 최고의 관심사는 지금 이것이다.

     

    칠십 오세의 시골 큰 언니가 장사 틈틈이 가꾼 정성을

    고맙게 받아 드는 일.

     

    앞으로 얼마나 더 이 훈훈한 관계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건강이 허락되는 한에 위로를 둔다.

     

    그 나이면 그만 쉬어야지, 힘든 일을?

    그가 안타까움을 표시했지만, 나는 이런 말 저런 말을 하지 않았다.

    삶의 방식이 제 각각 다른 것으로

    달착지근하게 절여진 배추 한 잎을 뜯어 맛을 보며

    이번 김치는 정말 제대로 해 봐야겠다는 생각 뿐.

     

    서두르느라 대충 하지도 말고, 당연한 노고라 여기지도 말고,

    무한 반복된 감사를 잊지 않으며 사는 일.

    이 저녁 내가 그렇다.

     

    식탁 위에 은영이네 김치, 다시 못 올 곳으로 떠난  승호 친구네 엄마의 김치,

    내가 간단히 만든 봄동 김치를 늘어 놓고

    보내준 그들을 한번 생각한다.

     

    어느 것이 더 맛있고, 덜 하고를 논하면 죄가 될 것 같아 골고루 맛을 보면서....

    그럼에도 그 친구네 것이 담백해 괜찮다 하고 만다.

    사람의 입맛인지라.

     

    "언니, 배추 잘 받았어요."

    - 뭐라고? 아직 안 왔다고?

    일찌감치 새벽 장사를 나온 언니는 잘못 알아 듣고 깜짝 놀란 소리를 했다.

    "아니, 잘 받았다고....  힘들게 쪽파까지 손질해서 보내."

    - 비가 와서 다 물러 버렸다.  더 보내야 할 껀데.

    "고맙게 잘 먹을께."

    - 이냐.  얼른 끊어라. 나 바쁘다.

     

    언니에게 얼마를 보내야 할지 고민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절대 돈을 보내면 혼낼 거라 했어도....

    마음은 때로 표현되는 돈과 비례하지 않는다지만

    나이 들수록 그것은 참말이 아니다.  정말 그렇다.

     

    2015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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