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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밥 때라서 맛있게 끓여진 동태국을,
그리고 보성 큰 언니에게서 보내져 온 절임 배추 사진을 수련에게 보냈다.
배 고프지 않느냐고....
멋내기를 좋아하는 수련은
"감자야? 전부..." 해 놓고는
라쿤 야상이라나? 혼자서 이런 포즈, 저런 포즈를 취해 찍은 사진을
연달아 내게 보냈다.
9만원 주고 산 옷 인데 괜찮지 않냐며
옷을 입은 모델보다 더 멋진 모습을 취하면서.
하긴 멋도 부릴 줄 알아야지.
다빈의 말마따나 자신을 가꾸는 것이 흉은 아니라던데.
최소한의 예의,
그러면서 멋 부릴 줄 모르는 세인 언니를 향한 못 마땅함을
정당화 시키는데 일조를 더 하는 센스가 밉지 않았다.
관심사가 다른 곳에 있더라도 소통을 위한 노력은 언제나 필요한 것.
박스 속의 절임 배추 말고도,
갓, 찐 마늘, 쪽파 다듬은 것, 생강, 작은 조기 손질한 것 등을
덜어내며
해본 사람이 안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상상해 보자니
내 최고의 관심사는 지금 이것이다.
칠십 오세의 시골 큰 언니가 장사 틈틈이 가꾼 정성을
고맙게 받아 드는 일.
앞으로 얼마나 더 이 훈훈한 관계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건강이 허락되는 한에 위로를 둔다.
그 나이면 그만 쉬어야지, 힘든 일을?
그가 안타까움을 표시했지만, 나는 이런 말 저런 말을 하지 않았다.
삶의 방식이 제 각각 다른 것으로
달착지근하게 절여진 배추 한 잎을 뜯어 맛을 보며
이번 김치는 정말 제대로 해 봐야겠다는 생각 뿐.
서두르느라 대충 하지도 말고, 당연한 노고라 여기지도 말고,
무한 반복된 감사를 잊지 않으며 사는 일.
이 저녁 내가 그렇다.
식탁 위에 은영이네 김치, 다시 못 올 곳으로 떠난 승호 친구네 엄마의 김치,
내가 간단히 만든 봄동 김치를 늘어 놓고
보내준 그들을 한번 생각한다.
어느 것이 더 맛있고, 덜 하고를 논하면 죄가 될 것 같아 골고루 맛을 보면서....
그럼에도 그 친구네 것이 담백해 괜찮다 하고 만다.
사람의 입맛인지라.
"언니, 배추 잘 받았어요."
- 뭐라고? 아직 안 왔다고?
일찌감치 새벽 장사를 나온 언니는 잘못 알아 듣고 깜짝 놀란 소리를 했다.
"아니, 잘 받았다고.... 힘들게 쪽파까지 손질해서 보내."
- 비가 와서 다 물러 버렸다. 더 보내야 할 껀데.
"고맙게 잘 먹을께."
- 이냐. 얼른 끊어라. 나 바쁘다.
언니에게 얼마를 보내야 할지 고민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절대 돈을 보내면 혼낼 거라 했어도....
마음은 때로 표현되는 돈과 비례하지 않는다지만
나이 들수록 그것은 참말이 아니다. 정말 그렇다.
2015년 12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