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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군것질거리를 사달라 조르는 아이처럼
아이들의 할머니와 고모는
10분에 한번씩 세 아이의 스마트폰에다 쉴 사이도 없이
어떻게 할 건지 다그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제,
"우리 지금 저녁 먹으러 나왔으니까, 내일 점심 때 쯤 셋이서 갈께요.
지금 가게 되면 차례를 지낼 수가 없으니..."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큰 얘가 자청하고 나선 이후,
나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었다.
아이들끼리 갈 때마다 돈 봉투를 챙겨서 보내는 엄마에게
"이렇게 돈을 보내는 엄마의 진짜 마음은 뭐예요?
너무 이중적이지 않아요?
보고 싶지 않은 그 면죄부를 이렇게 대신하는 거라면....
싫은데 돈은 무슨 돈,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지, 우리가 쓰고 남아서 드리는 거라 생각하면 어쩌려고..."
- 그럼 빈 손으로 들어갈래? 내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 아빠를 생각해서 그만큼은 해야지.
"어차피 불편한 거 생각한대로 가요. 안절부절 못하고 그러느니....
오지도 않으면서 돈만 내밀면 한편 기분 나쁘지 않을까?"
아이들의 생각과 나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엄마의 행동에 불만이 많은 아이들,
아직 만나고 싶지 않은 엄마의 마음까지 헤아리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그냥 모른체 해주었으면 좋으련만
기어코 바른 소리를 해댄다.
할머니 집 근처까지 태워다 주고 돌아오는 길,
죄책감도 없이 정말 무감각이다.
나도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제 때에 풀지 못한 응어리가 나를 제대로 괴롭힌다 한들
눈 딱 감고 오늘만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