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일평생 같은 실수를 반복해 온 듯하다.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스스로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다.
그것도 60년씩이나. 나는 나와 가장 먼저 절교하고 싶다.
- 본문 187에서 사노 요코의 '사는게 뭐라고'
서점에서 책 두 권을 샀습니다.
사노 요코의 '죽는게 뭐라고' '사는 게 뭐라고'
물론 그의 부탁으로 나선 길이긴 했지만,
약간의 비까지 내렸고, 노란 은행잎과 알맞게 어우러져
오랜만에 들른 책방에서의 향기는
주말 오후를 더욱 더 가슴 벅차게 만들었습니다.
60이 넘어도 여전한 감성으로 버티어 낸 고독을 샅샅이 설명할 수 있다니....
무채색으로 담담한 일상이 나태해질 즈음,
그것은 내게 어쩜 무릎을 탁 칠 만큼 대단한 자극으로 다가왔습니다.
눈 뜨면서부터, 눈 감는 것까지 예사로운 일이 아니게.
첫 페이지를 열고 한참 빠져들 찰나에
'사는 게 뭐라고' 책 한 권은
마실 떠난 그의 손 가방 한 켠에 딸려 나갔지만,
호젓하기 이를 데 없을 일 주일 양식처럼 애틋해진 나머지 한 권이 남았습니다.
'죽는 게 뭐라고'
대체되어 질 무엇이 있다는 건 참 다행입니다.
내게 있는 것이 거의 소진되어질 즈음, 그는 돌아올 것입니다.
읽다 만 책을 들고서....
지난 밤 쇼파에서 깜박 잠이 들었을 때만 해도
나의 결심에서 가장 먼저였던 건
다른 날보다 이르게 막내 등교를 시켜줘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름 자유로운 시간이 되었으므로.
그런데 이 아침, 그 때보다 많이 게으릅니다.
뒤척이다 일어난 시간이 어느새 일곱시.
빨랫줄에서 다 마른 옷들을 개키고,
진작부터 눈에 띄게 거슬렸던
거실과 방 사이 놓여진 브라인드의 묵은 때를 박박 문대서 지우고,
일 거리는 찾다 보면 언제나 이렇듯 무궁무진한 것인지.
그 사이 문자 하나가 왔습니다.
'엄마, 버스 타고 가염."
좀 더 서둘렀어야 했는데....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어른이 생각하는 만큼
아이들은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다는 걸 어느 순간 알게 되었으므로
쿨 하게 "그럼 어서 가라."
공유되어지지 않는 순간의 것들은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음에 아는 듯 느낌을 감히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순간에 내가 있지 않다면.....
일일이 챙겨야만 하는 일들에서 지금보다 더 멀어져야 한다.
나만의 시간도 그리 많지 않으므로.....
적당한 시간에
대전으로 돌아가는 둘째를 야탑역까지 태워 주면서
이기적인 마음이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님을 확인했습니다.
"엄마, 요즘 사람들은 먼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금하면서 살진 않아요.
집을 사기 보다는, 안의 내부를 멋지게 꾸미는 것에 치중하고
지금 즐겁게 사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순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각자의 길을 가는 대로 지켜 보며, 이상하면 이상한대로 인정하면서....
복잡하게 꼬여서 불안하게 살 필요 있을라구.
내 하고 싶은 말 중에서 딱 듣고 싶은 말에만 대답한다 해도
뭐 섭섭히 여기지도 말고....
우리 모두 쿨 하게 살자꾸나.
2015년 11월 16일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는 일, 죽는 일.... (0) 2015.11.17 식구! 가족! (0) 2015.11.17 비 내린 날에! (0) 2015.11.14 선물! (0) 2015.11.13 깊은 샘 마중물처럼.... (0) 201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