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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4일~ 9월 28일 자유나의 글 2015. 9. 29. 11:59
일단 떠나고 보자.
머물러 있는 시간동안 견뎌야 할 고통이 두려워서라기보다 그냥.....
왁자지껄 복잡한 명절은 이제 남의 것인양
사라진 시간이 되어진 지금.
그것이 전부였던 때보다 오히려 홀가분할 거라면.
뒤돌아 보며
홀로 빠져 나온 미안함도 접고,
움켜쥔 집착이 모두가 먼 산이 되어져
들리는 소리 하나 없도록 나의 마음은 비로소 자유롭다.
얽매임은 스스로에게 지워진 멍에일지도 모른다.
훌훌 털고 남이 되어 나를 보자.
비로소 내가 거기에 있었다.
세상에 떠도는 무수한 말들을 막아내느라 애쓰지도 말자.
그건 순전히 그들의 말일 뿐이니.
흐르는대로 구르는대로 무심코 바라보기만 하자.
추석 아침 11시,
제주 금악성당 글라라수도원 미사에 늦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서둘렀다.
명절 미사 예물 봉투에 기억나는 영혼의 이름을....
세례명 '그레고리오'
삶의 오래된 습관은 언제나 각박한 마음 뿐이었던 날들로
안쓰럽기 그지 없지만
그 순간들, 그것이 최선이었음에 진정 행복했노라.
남은 사람으로서 다시 행복을 찾은 일에 부디 섭섭하지 말기를.....
그리고 아버지와 엄마, 그의 아버지 이름을 써 넣었다.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는 이름들.
아낌없이 주변을 챙기는 배려가 몸에 밴 그 사람이 어련히 챙겼을라고,
율리안나 이름을 넣을까 망설이다,
바쁘게 수 많은 이름을 봉투에 써 내려가는 그의 뒤에서
또렷하게 새겨진 그레고리오(이병기) 글자를 발견했다.
보자고 작정한 것도 아닌데, 너무도 선명하게....
이만하면 충분한 것은 없듯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언제나 그의 마음은 풍성한 가을이다.
주저없이 나 또한 그녀의 이름을 봉투에 써서 헌금함에 ....
아일랜드 신부님은 내 속에서 일었던 복잡함을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봉투에 이름 적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요. 마음 속으로 그들을 잊지 않는 것,
명절이라고 가족과 함께가 아니어도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감사함으로 시간을 보내는 일 또한
잊어선 안 되는 중요한 일이니까요."
그럼에도 다들 무사히 여기까지 온 것에 감사!
나의 아이들에게도 아침 감사를 보내고.
깨끗한 제주의 하늘을 맘껏 올려다 보았다.
행복을 찾기란 단순한 삶으로 훨씬 수월할지도 모른다.
2015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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