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가는 이야기가 때로는 누군가에겐 자랑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자꾸 잊어 버린다.
아차 하고 깨달았으면
다시 긴 침묵의 시간을 갖기다.
앞으로 누구를 만나거든 절대 듣기만 하자면서....
의기소침한 마음을 덜어내고자 쏟아 부은 하소연이
오히려 아픈 마음으로 상처가 되어질 때면
말 없는 비의 탓으로 돌리자꾸나.
가물었던 여름,
그 애태움은 가을이 오기 전에 서둘러 내려준 비로써 토닥토닥,
위로를 대신하는 자연의 섭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매 순간 옹졸한 마음이 부끄럽다.
원주 성프란치스코 수녀원으로 향하는 길,
맑은 날씨가 아니어도 오히려 좋기만 한 마음은 함께여서였고,
간간이 무리지은 코스모스가 참 좋아하는 꽃인 것도
우울한 감정, 기쁜 감정 그 어떤 것도
떠나는 길 위에선 오래 머무르지 않음을 알 수 있어 또한 좋다.
달관한듯 세상 바라보기도 가끔은 그만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일 없이 살아온 사람처럼
빈 도화지 위에 그려 나갈 인생이면 더욱 좋고....
인연의 자리는 한 곳에 머물지 않아서 희망을 말할 수 있는게 아닐까?
그 사람,
떠난 사람으로 인해 맺어진 인연들이 더욱 소중해진 이유를 들자면,
아픈 상처를 후벼파기 보다
가만히 지금부터 이어질 이야기만을 할 수 있어서다.
누구에게든 얼마가 될지 모를 미래, 따뜻한 마음만 가지고 가고 싶다.
말기 암 보나 수녀님은 참으로 힘든 성격이라
수녀원에서 도움 주기가 어렵다 했다.
자신의 의지로 이겨낼 수 있을 거란 굳은 신념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이 내 것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떤 얼굴일까?
"데레사 자매님은 참 건강해 보이네요. 운동하시죠?"
- 예, 몸무게가 3키로는 늘은 것 같아요.
"좋아 보이네요."
아프리카에서 15년 머물다 오신 임마꿀라다 수녀님은 안타까움을 대신 전하며
이 곳 한국에서 계속 있고 싶다 했다. 여기처럼 좋은 곳이 어딨냐고.
펑퍼짐한 몸매지만, 가끔은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 분이 떠나시더라도 저 한테 꼭 찾아 오세요."
- 물론이죠. 수녀님.
인연은 수도 없이 바뀌어도 마음 하나,
진실한 것은 변치 않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저녁이었다.
감사!
2015년 8월 26일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준비? (0) 2015.08.30 그렇다 하니, 그런가 하자. (0) 2015.08.28 추억! (0) 2015.08.24 새 것! (0) 2015.08.22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와질 때엔... (0) 201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