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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미사가 끝나는 시간에 마주친 승호가
머쓱하게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한 여자를 가리킨다.
'여자 친구'
승호 바로 앞의 여자는 머리 전체를 노랗게 염색을 한 모습인데,
그 여자일까 내심 걱정을 했다.
그 쪽이 아니라, 저 쪽.
발 등을 붕대로 칭칭 감은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선 여자는
처음 보기에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인상 가지고 어찌 사람을 알겠느냐 했지만....
그래도 덜 예쁜 것보다 더 예쁜 쪽이
눈에 선뜻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마음이 하도 기뻐서 그가 나타나길 기다리는데
별 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아까 나도 봤어."
그러고 만다.
속으론 분명 많이 좋았을 것이었다.
몹시 더운 날,
먹어 본 족발 중에서 제일이라는
황금족발집에 들러 족발을 세 개씩이나 사 온 걸 보면.....
식탁 위에 줄 세워 놓인 족발은 제각각 갈 곳이 따로 정해져
하나는, 옆 동에 사는 승호네로,
다른 하나는, 판교에 사는 아이들에게로....
그렇게 언제나 무엇을 사든 세 곳으로 나누기로 한 약속은 절대적이었다.
맛나게 먹자고 청하 한 잔을 곁들였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세 아이들 어서 갖다 주어야 겠다는 생각에 마시기가 쉽지 않았다.
새삼스레 촌스럽기는.....
더위를 도저히 참기 힘들었는지, 에어콘을 틀어 놓았다.
여름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사 놓고 전시용으로 두는 것도 그렇긴 해.
모처럼 집에 오랫동안 있는 시간이면.... 사용해야지.
설겆이를 마치고, 승호 것은 내일 가져간다 했으니 냉장고에 두고
이왕이면 출출할 때 먹는게 제 맛이지 싶어 판교로 갔다.
휴가지로 많이들 떠난 도로는 한산했다.
평촌에서 판교까지 20분이 채 안 걸렸으니 말이다.
"쫄깃쫄깃한 것이 참 맛있네!" 다빈의 맛있게 먹는 추임새에
덩달아 군침이 도는지 족발 앞으로 모두 모였다.
"엄마, 모습이 많이 젊어졌다."
- 그래, 요새 맘이 편해서 그런가 보다.
2015년 8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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