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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날들.....나의 글 2015. 6. 29. 11:39
살아있다는 것은,
꿈틀대는 감정의 소리가 충분히 전달되어질 수 있는 소통의 축복.
산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가득한 특권임에.....
어제는 밭에 가서 하루종일 야채를 솎아내고, 보리수를 땄습니다.
일주일 전에 충분히 딴 듯해,
지난 비로 다 떨어졌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요술나무처럼 여전히 그득한 보리수는
사람의 마음을 황홀경에 빠지게 만듭니다.
가지가 휘어지도록 열린 보리수 열매,
손이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을 두고도 일부러 먼 쪽 나무를 택했습니다.
넘치도록 흔하면 감사를 잊을까 염려 된 때문입니다.
햇빛에 가려진 나무엔 열매가 드문드문 열렸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니까요.
내 것은 되었으니,
나누어 줄 사람들을 마음에 두고 채반 가득 채운 이후,
또 무엇을 해야 할까, 궁리할 새도 없이
온통 할 일이 널려 있는 이 곳은 평화로운 나라.
곧 해 지는 저녁이 올까 아쉽습니다.
오늘 다 살고 말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잡초와 더불어 크는 부추를 찾느라 애쓰는 노동은 마치 숨바꼭질 놀이 같습니다.
구부리며 하는 일이라 힘은 들었지만,
더불어 사는 기쁨을 알게 된 요즘의 내게
과분한 매 순간들은 그저 감사로 눈물조차 빛이 납니다.
어제처럼 오늘도 잡념 없이 바쁜 삶은
그래서 생각보다 많이 행복한 것이랍니다.
깊은 생각으로부터 해제되어진 자유를 만끽하며,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
이보다 더 단순해져야겠다는 다짐은
그럼에도 끝이 없습니다.
우리들의 살아있음을 감사하면서....
2015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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