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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깜박이던 컴퓨터 전원이
스르르 힘없이 꺼지더니 기어코 먹통이 되고 말았다.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다른 세상과의 단절이 이렇게 답답할까?
어릴적 라디오를 듣다가 안 들리면
탕탕 쳐서 간신히 키운 소리를 들으려 귀를 갖다 댔던 시절처럼
두어번 속 답답한 마음으로 툭툭 건드려 이틀은 견디기도 했었는데.....
생각해 보면 건전지가 다 되어 그랬던 것을 그땐 정말 몰랐었다.
그것조차 살 돈이 여의치 않았던 때,
모자람이 없는 요즘 같은 세상엔 우스운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서비스센터 문 여는 시간이 아홉시라니
10분 전부터 가서 기다리자고 컴퓨터 본체를 들고 뛰었다.
기사가 예상대로 전원 켜고 끄는 곳
부품 교체만 하면 되니까 20여분만 기다리란다.
수리비는 오만오천원!
잠시 멈춤이었던 세상은 다시 밝음이 되었다.
그깟 컴퓨터 안의 구경거리가 무엇이라고
하루마다 기어코 들여다 봐야 할 것들은 한정되어 있지만
내 위안의 통로가 되어주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다.
2015년 5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