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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이 어버이날이네요."
- 그래서?
"그렇다구요. 오늘까지 시험이니까 이해하세요."
생각은 있으나 마음이 거기까지....
엄마의 마음이 더 이상 허하지 않으니 무엇을 바라겠니?
이렇게 다정한 웃음이 어디라고.
작년 이맘 때엔 어디 상상이나 했던 풍경이더냐.
그대로 우리 모두 끝이 날 줄 알았었는데 말이다.
각자 힘들었지만 애쓰고 노력한 덕분이다.
이 마저 감사함은.
너도 나도 다 같이 바쁜 일상의 우리는
바로 이웃에 집을 두고도
가까운 것이 가족이라고 임의로운 마음에
오늘도 아니라면, 다시 다음으로 미루며 산다.
그렇게 한 달이, 다시 한 계절이 흐른채.
승호와 우리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거실 탁자 위에 꽃바구니와 선물 상자 두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특별한 날, 어버이 날!
선한 마음으로 가득한 아이.
일부러 낼 수 있는 시간이 내일 아침 밖에 없다길래,
갈비찜이며 불고기, 열무김치라도 새로 하려고 잔뜩 시장을 봐 왔는데
그새 미리 다녀갔나 보다.
하기사 출근시간에 만나
식사를 하는 일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것인지...
"벌써 왔다 갔네?
아침 먹으러 온다더니... 선물까지....
아침 일찍이라서?
함께 밥이라도 먹어야 하는데...
갈비랑 불고기랑 재려 하니까 일어나게 되면 연락주기. 아니면 담아 놓을께.
꽃도 예쁘고, 선물도 정말 고마워.
난 별로 해준 것이 없지만 앞으로 시간 있으니까 잊지 않을께."
- 네. 얼마 전에 반찬 많이 사놨어요.
필요하면 연락드릴께요. 옷 사이즈 맞을지 모르겠어요.
살짝 작게 나왔다고 해서요.
요새 치과 치료 계속 받아서 부드러운 음식 먹어요.
다음 주에 시간 되심 저녁 먹으러 갈께요.
"이 아프면 많이 힘든데.... 모르고 있어서 미안! 꼭 시간 내서 밥 먹자."
여기까지 문자로 마음을 확인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승호가 먼저 통화를 시도했다.
음성으로 소통을 이루는 것이 백번 낫지.
조각난 문자들의 이어붙이기는 억양이 없어
한참동안 인내를 갖고 해석을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들킨다 해도
사람끼리 가까와지기는 지금 아니면 되지 않을 것들이 참 많다.
속시원한 통화를 끝내고서야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을 ......
2015년 5월 8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