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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조심스럽게 .....
이런들 저런들 버거운 것이 삶.
그럼에도 잘 견뎌내야 한다.
통장에 빠져나갈 잔고만 잘 채워져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소박한 소망이
오히려 행복일 수도 있다. 바라는 것이 그 뿐이어서.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지 않은 경우에는 더더욱.
내리 쬔 햇볕이 곧 사그라들 것을 조바심치며
세탁기에서 빼낸 이불을 옥상 위로 올리던 그녀는
아닌 척 해도 주인집 여자의 눈치가 살짝 보인다 했다.
그 묘한 불편함이야 일찌기 알아챘었는데.
내게 살짝 비친 허심탄회한 심경이라고...
같은 또래인 집 주인 여자는 수년 전에 남편을 떠나 보내고
남편이 하던 일을 이어서 하는 터라
알게 모르게 남자의 도움이 필요했다.
한 집에 사는 이유로,
도움을 주고 받는데 따른 이해가 남자와 여자의 생각은 많이 다를진대
속 모르는 남편은 자기를 속 좁은 여자로 치부한다나?
"그 여자는 나보다 한참 더 고지식하거든."
- 그래서 다행인가?
차라리 나이가 훨씬 많거나 확 트인 성격이면 더 나으려나?
"아, 글쎄 감기 기운이 있어 바쁘게 약 사러 가는데 하필이면 그 여자 앞에서
병원 가지, 왜 약국을 가느냐고, 그것도 큰 소리로 외칠게 뭐람.
그렇잖아도 이래 저래 복잡한 마음인데."
- 나름 남자의 자존심일테지.
안에서 기 죽지 않고 산다는 뭐 그런 것? 누가 뭐랬나?
다들 부대낌이나, 얽혀져 거슬리는 것들을 물리쳐 가면서
숨 고르기 중....
속 썩이며 이제껏 살아온 할아버지와 다시 태어나도
결혼할 것이냐고 할머니께 물었더니
"아무렴, 첫정인데...."
수많은 인연 중에 각별하게 아픈 손가락처럼.
첫정이란 단어가 턱 하고 가슴에 박혔다.
마구 함부로 해도 동티 나지 않을, 첫정!
한 사람과 오래도록 삶을 유지하는 일도 큰 복이다.
목표를 두지 않고,
이루어야 할 목적도 없이 무심코 다다를 수 있는 행복의 고지를 향해
가다 보면 망각으로 편안함이 찾아올까?
그 때가 3년이 될지, 어쩌면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오늘도 바램은 심한 몸살을 앓는다.
2015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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