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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치과에서....
    나의 글 2014. 9. 12. 13:36

    견디기로 하자면,

    소변이 질금 질금 재리도록 시큰함의 연속은 마취를 시켜 놓았으니 망정이지

    맨 정신으로 두었다면, 온전하기가 아마 어렵지 않았나 싶었다.

     

    온전했던 아랫니 네 개가 반의 반도 안 되게 망측스런 모습이 되어.....

    몇 시간이 흘러갔는지,  시간 개념도 가물가물한데

    치료 받으러 치과에 들어간 시간부터 따져 보니

    마치고 입을 헹구어낸 시간이 오후 한 시라?

    서너 시간은 족히 흐른듯 하였다.

    우선은 아랫니부터란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

    슬그머니 치료대 한 쪽에 꽂혀 있는 손 거울로 비추어 보려 하자, 

    간호사가 그만 두라 했던 것도 볼썽 사나운 모습, 마음 불편할 것을 예상했던 게지.

     

    플라스틱 이빨이 덧씌워 지기 전까지 잠시 잠깐이었을 테지만

    이빨과 이빨 사이로 시린 바람이 쌩쌩 지나갔다.

    이렇게 된 원인이 잇몸 관리를 제대로 안 해 생긴 일이라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의 나의 무지는

    건강하기 이를데 없을 나의 몸에 대해 혹사시킬 줄만 알았지

    소리없이 몸의 곳곳에서 아우성 치는 소리를 듣지 못한 죄,

    한꺼번에 몰아서 받아도 할 말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그까짓 시린 고통 쯤이야,  아주 작은 일부분인 것을,

    나름 산전수전 겪었다는 50 넘은 여자가 침을 꼴깍 꼴깍 삼켜가며

    움찔대는 꼴이라니.  춥기는 또 왜리 추운지. 에어콘 바람이 한겨울 날씨 같았다.

    간호사가 어찌 알고 배 위로 슬그머니 얇은 담요를 덮어 주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긴 한가?

    통계로  따져 본 치료 수순에 의한 대부분의 반응이 비슷한가 보았다.

    따뜻했다.   잠이 스르르 들 만큼.

    그리곤 수도 없이 반복되어진 긴장감은 화장실을 몇 번 더 왔다 갔다 하게 만들었다.

    입안에서 벌어지는 대 공사는 칙칙이 소리, 물 분사 소리, 머리카락 타는 냄새 등

    갖가지 소음을 총 망라한 후에야 잠시 휴전 중.

     

    대낮의 유리창에 내리 쬔 햇볕을 가득 받으며 입안 곳곳을 훑어 보았다.

    찌릿하게 시큰함도 그들의 기막힌 기술에 의하여 곧 편안해 질 거라는데

    이 순간 의지할 사람은 오로지 그들 뿐이다.

     

    좋아질 거란 그 한 마디에 잠시 잠깐의 고통은 지나갈 것을

    신앙처럼 믿게 만드는 그들의 말 한 마디는 현실의 신이다.

    그 곳에서만큼은.

     

    엉성한 이빨 위로 덧씌워 지는 느낌이 들면서 시큰함은 신기하게도 사라졌다.

    대단한 그들이다.

     

    몇 분동안 피가 나오더라도 삼키고,

    이빨을 앙다물고 있으라는 주의까지 상기시키고 그 날의 치료는 끝이 났다.

     

    나이 들어가는 중에 절대 강자로 건재할 수 있음은

    중간 중간 보수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아서 가능한 것임을 이제사 알아챘다.

     

    무엇이 그리 예뻐 신의 축복이 내게만 있으리라고

    타고난 그대로 살 자신감 가득이었는지.....

     

    아주 가끔은 나약해도 좋을 나로 살아도 무방함, 어떤가?  그게 사람이지.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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