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스크랩] 나이 들어 가는 소리......
    나의 글 2014. 9. 3. 09:42

    하룻밤 지샌 세월 이후엔 나이 먹는 소리가...... 늙어가는 소리란다.

     

    가는 비 소리도 들리는 듯 하고,

    환청인지, 이른 아침 멀찌감치부터  사람의 외침이 울려퍼지는 듯,

    게으름이 더해 진 아침 해는

    느낌만으로 떠오를 시간을 예측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계절의 변화는 사람의 마음을 순식간 돌변케 하는 마력이 있다.

     

    이제부터는 순식간에 밝은 날이 오더라도

    갑작스럽게 깊은 어둠에 빠져들지라도

    매번 두들겨 본 돌다리처럼 익히 알아 온 세상,

    새삼스러울 것 없이 또 가보는 것이지.

    사계절의 흐름을 꿰뚫고 있어 흥미로울 일은 덜 하지만

    혹여나 가다가 또 모르지, 횡재수라도 있으려나?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는 몰라도,

    이빨과 이빨 사이의 간격이 점점 더 벌어지길래

    사람을 만남에 있어 민망한 부끄러움으로 조심스러울 즈음,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사는데 불편하지만 않다면야

    그냥 저냥 지내보기로 했었던 생각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가까운 사람 중 누군가 그랬다. 

    "치과 좀 가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민망한 마음에 숨을 죽이고 있다가

    조용히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나를 들여다 보았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말,

    내 몸 조차 돌볼 줄도 모르면서 무지몽매한 외고집으로 일관되어

    진짜 세상을 등지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정작 소중한 것을 놓치고 간다면야.

     

    곱게 빗어내릴 머리 손질 할 시간이 무언가고

    양 손 가락으로 스리슬쩍 빗질을 대신 하면서

    허둥댔던 시절의 상흔은

    어느 사이 때 되면 짙은 염색약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처럼.

    속절없는 세월이

    나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 주지 않을 것을 안다.

    이기적인 듯 해도 스스로 챙겨들고 가야지.

     

    혼자서 떠들어도 모를 무심한 시절 노래로 터덜터덜 삶을 타박해 본들

    성에 차지도 않고,  에라 가보자.  연명하듯 살 것이 아니라면

    오늘 제대로 살고 가 보자꾸나.

     

    치과 의사는

    "나이가 들면 잇몸이 내려 앉으면서 이빨 사이의 간격이 서서히 벌어지기도 하고,

     입에서 악취가 나기도 하고,

     음식물 씹기가 불편해 지기도 하고..."

     

    주저리 주저리 의례적인 말보다 비용이 가장 궁금했지만,

    그깟 돈 쯤이야, 나를 위해 대범해 지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아이들에게

    "엄마, 오늘 치과 다녀왔다?  손 볼 데가 많아서 비용도 엄청 나더라."

    뜬금 없는 표정을 기대했었는데,

    - 그러게, 진작 좀 가지.  우리가 그 때부터 말했잖아요. 

     

    새삼스런 나의 대범함을 아이들은 왜 이제서냐고 혀를 끌끌 찼어도,

    이런 내 모습이 꽤 환영할 만한 사건인 듯 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메모 :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