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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기쁜 날과, 아픈 날.....
    나의 글 2014. 8. 9. 09:58

    오빠네 둘째 아들의 결혼식이 있는 날, 

    아버지의 기일과 겹쳐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한 쪽으로 치우친 생각에 접어든 나이가 되어,

    잊었다 해서 혼쭐을 낼 사람도 없고,

    마땅히 제사를 차려 낼 사람도 없으니.....

    그저 마음이다.

     

    아버지를 기리기 적당한 장소라며 극성으로 일산의 산소를 찾아다니던 시절도

    까마득한 옛 일로,  나의 책임은 그만 종결지어져 버렸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회상을 부추기는 추억이

    혼자서 하는 것이라면,  차마 북받쳐 오를 서러움으로 못할 짓이다.

     

    세월은 그리움도 앗아가고, 모습이나, 흔적도 파도에 씻긴 바위가 되어

    홀로 선 고독조차 모르쇠로 무심하기도 해라.

     

    산 자와 죽은 자의 간격을 두지 않으면 슬픔을 안고 갈 이유도 없을 터인데.

     

    이렇게 저렇게 잊혀져 가는 것이다.

     

    기쁨에 찬 축복을 퍼부어 웃는 웃음 위로 젊음은 찬란하다.

    돌처럼 굳은 표정, 들썩이며 입으로만 간신히 웃는 나이 든 이들의 얼굴엔 허무만 가득하고

    살아온 날보다, 떠나야 할 날을 세어야 하는 서러운 삶으로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한다는데,  영원을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붙잡고 놓지 못하는 아픈 마음일랑 떠나 보내자.

    세월 위로 부서져 내리는 삶의 편린들, 

    한 잔의 커피도 모자라 다시 한 잔을 찐하게 타서 달게 마셔나 볼까?

    사는 게 별 건가.

     

    성냄도 말고, 불평도 말고, 트집도 그만 두고.....

     

    악질적인 거래처 사람에게서 물품대금을 받기 위한 작업으로

    법원 결정문까지 얻어내 집행 절차까지 마쳤는데, 

    법원 민원실에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는 이해못할 소송을 제기한 정신 나간 남자,

    물건값에 폭리를 취했다는 일방적인 계산서까지 동봉해서는.....

     

    아무려면 어떤가?  이미 공돈이 되어진 줄 알았던 돈을 주려니 얼마나 속이 불편할 것인지,

    그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만

    왜 청구원인의 서두에 "피고의 남편 사망, 사망하기 전부터...."  그 단어들이 필요했었는지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 그 이상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잔인함의 극치로

    당장에 쫓아가서  멱살이라도 잡고 흔들어버렸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가 혼자 되었다는 안쓰러움을 아는 인간적인 사람이라면 그 나쁜 짓을 했겠나?

     

    구구절절 되도 않을 문장들로 갖은 억지를 뒤섞어 써 놓은 자필 소송 내용은 중요치 않았다.

    참을 수 있는 분노도 한계가 있는 것, 

    월요일 아침 일찍 나는 다시 법무사에 찾아갈 것이다.

    불끈 하는 감정으로 인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어리석음 따위,

    다스려내는데 이골이 났지만

    몹쓸 사람의 지독한 말 한마디는 깊은 상처가 되어, 좀체 잊혀지기 힘드니.

     

    돈 보다도 마음이 입은 상처의 회복이 우선이다.

     

    기쁘게 축하해 주어야 할 날에,

    숙제로 남겨진 어수선한 것들이 마음을 괴롭히는 아침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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