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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장에서....나의 글 2014. 8. 3. 17:19
바람 불어 좋은 날로 끝날 줄 알았더니, 일기예보에 맞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며칠간의 매운 더위는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가락시장에 옥수수를 사러 좀더 일찍 다녀온 것에 대한 판단이 내심 뿌듯한 오후가 되었다.
한가하기 이를 데 없는 시장 풍경이 일요일이라서기 보다
정기 여름휴가가 오늘까지라고 써 붙여져 있는 것을 보니 더 실감이 났다.
경매를 거치지 않고 오늘 새벽에 올라왔다는 강원도 옥수수 두 자루를 샀다.
하나는 찰 옥수수로, 또 하나는 검은 색이 들어있는 것으로....
이 곳 저 곳 기웃거려 본대도 흥정하고 말 것도 없었다.
한 군데 밖에 없으니,
옥수수 아저씨 또한 사도 그만, 안 사도 그만 알아서 하란다.
옥수수 껍질을 벗겨내자면 쓰레기양이 엄청 많아지니까,
여기 쪼그려 앉아 벗겨서 가야지.
옥수수 아저씨가 얼큰하게 취한 얼굴이 되어 비닐 봉지를 맘놓고 쓰라며 통째로 내 놓았다.
살까 말까 망설이며 구경을 하던 중년의 남자가
이렇게 많은 옥수수를 한꺼번에 못 먹으면 어떡해야 하느냐고 내게 물었다.
"냉동실에 얼려 두고 쪄서 먹든지, 쪄서 얼려 두든지.... 다 괜찮아요."
그럼에도 도저히 감당이 안 되겠다는 표정을 하고 그냥 지나쳐 갔다.
이것도 사서 먹어 본 사람이나 엄두를 낼 일이 맞긴 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
혼자서 장을 보러 온 남자,
사이좋게 이야기 꽃을 피우는 나이 든 부부를 비롯해 갑자기 주변이 가득 찼다.
다들 옥수수광인가 보다.
시장에 오면 물건이 많든, 사람이 많지 않든 무심코 구경할 것들이 많아 좋다.
무엇보다 편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옛날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느낌.
고급스럽지 못한 성격이라서 그런가?
나는 이런 곳이 좋다.
자동차 트렁크에 옥수수만 사서 싣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어느새 열무와 쪽파와 얼갈이배추를 채워 넣었다.
바로 후회는 했지만, 이미 늦었어.
지난번에 담그어 두었던 김치도 그대로인데.....
습관은 쉬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닌 게야.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징그러운 삶의 습관들.
생각해 보니 다듬을 일이 귀찮아졌다. 시간이 장난 아니게 드는 것을.
그렇다고 미룰 수도 없어. 하루 그냥 두면 누렇게 떠 버릴텐데.
앞으로 절대 저지르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으면 무엇하나?
쿨하게 사는 법, 아직은 멀었다. 더 많이 바뀌어야 할 것이야.
굵게 내리던 비가 제법 가늘어 졌다.
이젠 집으로 가자. 무거운 일거리 챙겨 들고.....
바삐 움직여야 산다.
한가하면 절대 안 된다는 마음으로 나는 날마다 작정을 한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메모 :'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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