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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이런 날엔.....
    나의 글 2014. 4. 27. 19:22

    시장에서 동태 두 마리를 샀다.

    바구니에 올려 놓은 작은 놈 세 마리가 나은지, 그 중 큰 놈 두 마리가 나은지....

    괜히 물었다가,  퉁박만 들었다.

    혹시나 내가 택한 큰 놈이 훨씬 맛있지요?  그런 기대를 했었는데.

    오늘따라 생선집 단골 아주머니도 기분이 별로인가?

    "맛은 차이가 없지!"

     

    정겨운 말이 참 고플 때가 있다.

    하루 중 오가는 사람은 많아도,

    내 진심을 터 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러고 보니 흔치 않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고 하지만

    긴 고독에 지칠 때는

    아무나 붙잡고 내 말을 하고 싶은 충동!

    해질녘이면 유난히 그렇다.

     

    아는 집에서 야채 모종을 사 텃밭에 간다길래 따라 붙었다.

    그들은 고추, 상추, 가지, 토마토, 호박, 쑥갓, 케일 등등의 씨앗과 모종을 사고,

    나는 동태찌개 한 솥을 끓여 내기로 하고......

     

    오월이 오기 전,

    더 늦기 전에 땅을 뒤엎고 까만 비닐을 씌워 놓은 곳에

    모종 하나 하나를 심어 두어야 한단다.

    까만 비닐을 덮어 놓은 이유란

    잡초가 위로 솟아 오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렇게 해도 밭고랑 사이로

    먹을 야채보다 더 많이 치솟는 잡초 뽑기가 여간 성가시지 않은듯....

    밭의 주인은 오래된 경험으로 일러 주었다.

     

    우리집 옥상에서

    그 오랫동안 잘도 키워내던 어머님의 야채를 보면서 관심조차 없었던 것이

    무료한 오후, 새삼 내 눈을 번뜩이게 하다니....

     

    그들은 작은 밭에다 물을 대기 위해 계량기를 올리고,

    흙이 묻어도 좋을 장화로 갈아 신고,

    보기엔 별 것 아닌 듯 하건만, 일하는데 순서가 꽤 많아 보였다.

    밭으로 녹색의 호수가 들썩이며 물이 흘러 들었다.

     

    잠깐 구경을 하다 농사 일은 내 소관이 아니니

    길 입구 쪽에 너울 너울 춤추는 쑥이나 뜯자꾸나.

    흐린 날엔 이파리의 짙은 녹색이 유난히 선명한 것이....

    참 좋다.

     

    키가 큰 쑥은 조금만 뜯어도 하나 가득, 

    잔챙이로 별 볼일 없는 키 낮은 쑥일랑 흔해진 탓에

    그 사이에서 천덕꾸러기처럼 버려 두고,  큰 것으로만 훑어도 이토록 가득인데.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아쉬울 땐 그것도 어디라면서.

     

    그 쑥을 다 뜯어 무엇을 할 거냐고?

    잘 모른다.  무작정 하나 가득 채워지는 것 봐서 그 때 정해도 늦지 않을 일.

    순서를 먼저 정해서 한다고 꼭 그대로 되지 않으니

    때 되면 봐서 하는 일이 옳기도 하지.

     

    일곱시가 넘어섰는데도 여전히 해는 남았다.

    잠시동안 스마트폰의 관심도 끄고, 

    몰입했던 몇 시간의 수고는 큰 비닐 가득찬 쑥으로.....

    아무래도 인절미보다는 빨래판 모양의 절편이 훨씬 먹기 수월할 것이다.

    예전처럼 그 일을 또 저질러 볼까?

    떡집에다 쌀을 맡기고, 삶은 쑥을 맡기고

    성가신 일 많이도 하고 살았었는데.

    그리고 이젠 먹을 사람도 많이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서글픈 일이지만

    지금은 하라 해도 못할 일들.

     

    하릴 없는 오후가 또 이렇게 흘러갔다.

     

    농사 일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니라며,

    뻐근하게 고된 내색을.....   그들은 농사를 제대로 알아서 그런가?

    내가 보기론 별로 해 놓은 일도 없는 듯 한데.

     

    조금 전 먹다 남은 동태찌개를 마저 해치우고 그만 가자 한다.

    내 허전함과는 아랑곳 없이 그들이 갈 곳은 따뜻한 나라다.

     

    마음의 방향은 두서 없이 가끔씩 이렇게 바람을 탄다.

    집이 지겹도록 싫어서...

    기웃대며 다른 삶을 탐내 보기도 한다.

     

    내일은 봄비가 제대로 내린다지?  

    날을 참 잘 택했다고 자화자찬까지 하는 그들이 좋아 보인다.

    맞다, 맞다 허전한 마음 큰 소리로 맞장구 치니 좀 낫기도 하고.

     

    나의 내일은 또 무엇으로 올까?  

    걱정과 근심도 그저 일상일 뿐인데, 새삼 허기진 마음 무엇으로 달래나?

     

    오는 길에 랜드로바 매장에 들렀다.

    아직 세일 기간도 아니지만,  허술한 신발 하나 바꿔야지 맘 먹었었다.

    가격표는 일부러 보지 않고,  가장 편해 보이는 것으로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냥 사 버렸다.   십오만팔천원이란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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