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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공간 이동
    나의 글 2014. 4. 16. 17:19

    같은 하늘 아래, 공간 이동을 잠시 하였을 뿐인데....

    마음이 이토록 다르다.  다시 내 있을 곳으로 무사귀환한 기쁨이.

    그래, 이 곳이 편하다. 

     

    어수선하게 널려진 책상 위를 정리하고,  

    우선 어둡게 방치되어 있는 형광등을 갈아 끼웠다.

    이 곳의 주인이 아니면 애써 시키지 않은 것까지는.....  

    익숙한 사람만 아는 것이 참 많다.

    웅웅대는 소음은 운전하는 내내 외출을 멈춘 5일동안의 장애로, 

    극히 당연한 것.  이 쯤이야 극복할 수 있는 일이다.

    구름 위를 걷듯 몽롱함이어도 집을 마다하고, 곧장 내 일터로 쫓아 들어온 걸 보면

    이 곳이 집 보다는 훨씬 급한 곳이긴 한가 보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막 들어서는데 청소 아주머니가 안쓰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얼굴이 왜 그래?  올해 삼재가 끼었나봐?  쉬지 뭐하러 나왔어."

    - 아니예요.  무슨....   아주 수월한 수술을 하고 왔어요.

    한동안 혀를 끌끌 차더니 세상에서 가장 가엾은 사람을 보듯 눈물까지 글썽인다.

    난 정말 그 정도는 아닌데, 

    사람들은 누군가를 극도로 위태롭게 동정하면서 자신의 위로를 얻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불쌍해 보이자.  그들이 느끼는 상대적 행복이라면....

     

    아이들은 참으로 이상하다. 

    기껏 가만히 숨도 안 쉬는 것처럼 있다가 오늘 퇴원인데 전날 밤,  

    번갈아 가면서, 누가 먼저랄까? 폭풍 걱정을 해 왔다.

    자신들의 안위를 위함인가? 

    통장에 모자란 돈이 채워진 것을 확인한 후에 닥달했던 겸연쩍음을 만회하려는 것인가?

    갇힌 공간에서의 일주일은 사람을 극도로 왜소하게 가라앉힌다.

    흔한 분노도 없어졌고, 더 계속 있다가는 옳고 그름까지 헷갈릴 판이다. 

     

    들고 난 자리를 어찌 그리 잘 파악을 하는지, 

    그동안 잠잠했던 전화가 오늘은 수도 없이 울린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돌아온 줄 잘도 알아 낸다.

    살아 있음의 증거다.

     

    아침부터 수학여행 학생들을 태운 여객선 침몰 사고 뉴스를 보면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서 불안에 떠는 감정이 내게서 비껴간 것만도 다행이라,

    내 정도 쯤의 진통은 아무 것도 아니었음을....

    숨 쉬는 공간 어느 곳에서는 평화를, 어느 곳에서는 아비규환을 외쳐도

    내 손에 잡히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것들.  그래서 사는 사람은 또 산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라 볼 세상이 참으로 곱다는 생각을 했었다.

    맘껏 걸을 수 있는 두 다리,  자유로운 두 손.

     

    죽음으로 치달을 비관에 휩싸이지만 않을 것이라면

    그런대로 행복이다.

    감사할 것들 투성이다.

     

    아이들의 혹독한 투정도,  흑백논리의 편중된 시선에서 벗어나기를....

    엄마의 이름으로 전보다 담대해져야만 한다.

     

    먼 훗날, 

    중심을 놓아 버려 역할에서 홀대받지 않으려면, 

    그들의 작은 마음까지 아우를 수 있을 어른이어야 함을 비로소 깨닫는다.

     

    애쓰고 애써도 이루어 낼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인간의 한계는 분명 있다.

    노력을 하지 않은 탓이라고 야단을 맞기에는 억울할지라도

    이보다 어설픈 삶이면 어떤가?

    차라리 더하기 빼기가 확실한 것보다 낫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다.

     

    그래서 편해질 수만 있다면......

    자꾸 이리 편해질 마음만 찾으니 이도 큰 일이다.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은데 말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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