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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법무사에서......
    나의 글 2014. 3. 28. 13:53

    그래도 한번 갔던 곳이 낫지 싶어,  김 모 법무사 문을 밀치고 들었다.

    안경을 쓰고 짧은 커트의 여자가 2년이 지난 지금, 

    낯익은듯,  직업 의식이 발동했는지,

    "지난번에 상속 문제로 왔었지요?"라고 물었다.

     

    이 곳은 비교적 손님이 많은 사무실인가 보다.

    테이블 여러 개가 사람으로 가득한 걸 보니....

     

    내 손에는 장부의 일부를 뜯어낸

    미수로 남은 몇 장의 입출금 내역서,  사업자등록증, 한달 전엔가 보냈던 편지 한 장.....

    그 곳 경리에게 최대한 인간적인 글을 써서 보냈었다. 

    미숙하면 미숙한대로 처신하는 법이 그것이어서 아이들에게 혼도 났지만,

    법으로 대번에 하는 일이 어디 쉬운가?

    나름의 악질적인 남자를 단죄하러 오기까지 그 후로 딱 한 달 째 되는 날이다.

     

    그동안 밀린 미수금을 달라는데,

    남자가 내게 치명적인 악담만 안 했어도,  기막혀 죽을 상스러운 욕만 안 했어도.

    미루고 미뤘던 미수금이야 어쩌다 떼인들 고스란히 당해도 무방했을 터인데.

    무지한 사람에게 이토록 깨우침을 알려줄 줄은.

     

    어설픈 삶에 관한 완성은 없다.

     

    무심코 지나친 시간 속에서 잃을 것으로만 가득하지 않아 다행이다.

    성장통처럼 잘 아는 이에게 일일이 묻지 않고도

    때 되어 알게 될 지혜 또한 내 것으로 머물러......

     

    조용한 한 달 동안,  남자는 쾌재를 불렀을라나?

    그깟 종이 쪼가리 하나, 

    함부로 해도 좋을 여자 나부랭이로나, 어쩜 잊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모를 위선으로 기름진 얼굴,  비싼 차,

    저 보다 강한 이에게는 굽실 댈 지언정

    보여질 약함에 감히 찌질한 속내라니....  

    아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알까?

     

    법 보다 주먹이 왜 가까이 있는지,

    며칠동안 분노에 찼을 때는, 이그러진 자존심 조차 견디기 힘들어서

    그깟 돈 떼이고 말자는 생각도 했었다.

     

    생각의 저울질을 끝으로 이건 아니라는 결론에.

    허술한 마무리 또한 용납할 수 없을 삶이다.

     

    내 앞의 가로 막은 돌부리는 치우고 가야지.

    장대한 꿈을 설계할 순 없다 하더라도

    훤한 신작로 하나는 뚫어 둬야지.

    가는 길 수월하게....

     

    여자의 능력은 신기하게도 오분을 채 넘기지 않고, 내용을 파악해 냈다.

    "우선 지급명령 신청을 해야겠네요? 요금은 181,400원입니다."

     

    다 되었다. 내 최선은 여기까지다.

    잘 될 것인지,  안 될 것인지는  시위를 벗어난 활이 되어.

    공평한 처분대로....

     

    잘못을 하지 않았어도 겁이 났을 때가 있었다.

    안개속처럼 확실한 지식이 없을, 그런 때....

    이런 저런 방법을 알고 나면 세상에 겁 먹을 일도 없다.

    갈팡질팡 두서없이 서두를 시기가 지난 지금이어서 더 다행이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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