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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남한산성에서..... 나는 바람이 들어....
    나의 글 2014. 3. 27. 12:20

    그 곳 음식점의 지붕은 모두가 기와로 되어 있다.

    주 메뉴가 오리백숙이나, 닭백숙인 것 또한 의심할 여지 없이

    그 곳에선 그러려니....

     

    남한산성에서.....

     

    짧은 봄이길 간절히 바란 적도 없음에

    낮의 온도는 18도,  25도를 훌쩍 넘어  어느새 5월 중 어느 날 처럼이다.

     

    연두색 이파리가 새순이 되어 바람이 났다. 

    너울대는 바람을 타고 길게 늘어선 가지 가지에....

     

    덩달아 바람 한 번 나자꾸나.

     

    남한산성 구불대는 길을 따라,  마음이 춤을 춘다.

    봄이라는데?  춤바람은 아니더라도

    이 까짓 봄바람 한 번 난다고 대수더냐?

    사무실 문을 잠그고,  오는 전화도 미루고,  미련도 버리고....

     

    수시로 새롭게 도착한 카카오스토리 글에는

    남편 친구 부부의 필리핀 여행기가 소상히 적혀 있다.

    두 부부가 함께 간 모양이다.

    적잖이 위로라 치면 그들 중 한 부부의 딸이 하늘로 떠나간 것,

    그래서 위로라고?  한 솥밥을 뜨는 부부는 또 살아간다.

    가슴에 자식을 묻는다는 말이 무색하게시리....

     

    저마다 무섭게 애쓰고 산 흔적일랑 묻거든

    이제 잊었노라, 

    네 이야기나,  나의 이야기나 거기서 거기,

    눈빛 하나로, 뻘쭘한 웃음 하나로

    손 한번 꼭 잡아 주면 다 되어질 사연들.

     

    근사하게 말 위에 올라 탄 채, 여유로운 망중한이  왜 아니 부럽겠나?

    사진 속의 그들은 즐겁단다.

     

    음식점 아래로 펼쳐진 개울 하나,  먼 곳의 산까지.

    아직 도착하지 않은 토종닭백숙이지만 허기진 배는 이미 반쯤 불러 있다.

    만삭은 아니더라도,  그 중간은 될까?

     

    봄 경치도 꽤 괜찮긴 했다.

     

    복잡한 생각 속에서 식욕은 감퇴되어 반쯤 남게 익은 닭을 싸 달라 했다.

    나의 아이들이 먹을 것으로....   작은 냄비의 찹쌀죽까지.

     

    어미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 마음만으로 자격은 충분히!  내가 자랑스럽다.

     

    늦은 시간,  아이 둘은 얼마 안 되는 닭백숙을 뜯었다.

    엄마가 갖고 온 모든 것은 좋은 것이다.

     

    새벽녘에 빨간색의 냄비에 한솥 가득 야채죽이!

    잠든 사이,  큰 아이가 찹쌀을 불려 먹을 양식으로 그렇게 불려 놓았다.

    국물 하나로.....

     

    살림꾼이다.  양파를 다지고, 당근을 다져서

    그럴듯하게 음식 하나를 완성시켜 놓다니?

     

    엄마는 너희들이 있어서 좋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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