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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깊은 잠에....
    나의 글 2014. 2. 9. 13:24

    깊은 잠에 빠졌다.

    그것도 아주 깊이....

    그런 중에 웅성 웅성 소리는 분명 들렸다.

    "엄마, 큰일났어.  지금 대피해야 해.  비상 사이렌이 울렸어!"

    - 내 버려 둬.  잘못 켜졌나 보다.  별 일이야 있을라고....

    "무슨 엄마가 저리 안전불감증인지 몰라.  진짜라니까."

     

    잠결에 계속 그냥 두라고 했었는지, 

    그중 악바리 둘째의 불만 섞인 소리는 언뜻 들렸던 것도 같은데.....

    그래도 내쳐 자던 잠,  깨어나 지진 않았다.

     

    자기들끼리 큰 일 났다고, 

    경비실에 연락을 해도 불통,  비상계단으로 탈출해야 하니까 막내가 먼저 동태를 보고 와라.

    앞집은 어떤 상황인지.  탐색을 하고 들어온 막내에 의하면

    문 밖으로 얼굴만 삐죽이 내밀고 아무 일 없는 것 같으니 도로 들어가고 말았단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아이들의 극성이란

    그러면 그런가 보다 하면 될 것을....   이런 내가 이상한가?

     

    한참 후에 관리실에서 안내방송이 들렸다.

    "1303호에서 라면을 끓여 먹다 라면 냄비가 타면서 잘못 건드렸나 봅니다."

     

    새벽 두 시였다.

     

    - 거 봐!  별 거 아니잖아.

     

    무대포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은 엄마를 향한 비난은

    여전히 궁시렁 궁시렁 계속 되었지만

    유독 큰 얘의 반응만은  영 달라졌다.

     

    "엄마한테 그러지 마,  조용히 해."

     

    전날 기세가 등등해 안하던 경어까지 쓰며 엄마를 난감케 만들더니

    어찌 이리 순한 양이 되었는가?

     

    하룻동안 혼자 또 생각을 해 봤던 게지.

     

    날마다 날마다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며,  사는 게 삶인가?

     

    어제는 울고, 오늘은 또 배꼽이 빠지도록 웃겨서 죽겠다 하고....

     

    그 난리통에도 나의 잠은 깰 줄을 몰랐다니,   무심키도 해라. 

    폭설이 내린 밤 풍경엔  소란도 있고,  추억도 있고,  꿈 조차 망각에 빠진 날이었다.

     

     

    출처 : 짧은사랑 ♡ 긴 이별
    글쓴이 : 김민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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